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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소개시키다 >> 소개하다]
저는 이상한(?) 똥고집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남의 부탁을 웬만해서는 거절하지 못하는데,
저에게 부탁하는 사람이 우리말을 엉터리로 쓰면서 부탁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 나름대로 우리말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죠. ^^*
어제 있었던 일인데요.
어떤 사람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저녁에 제 친구 아무개를 소개시켜 달라더군요.
그 사람을 소개시켜주면 뭘 어떻게 해 주겠다면서...
아마 그냥 소개해 달라면 제가 소개했을 겁니다. 어제저녁에는 약속도 없어서...
그러나 소개시켜 달라면... 소개를 안 해주죠.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양편이 알고 지내도록 관계를 맺어 주는 일"은,
'소개시키다'가 아니라 '소개하다'입니다.
'시키다'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는 뜻으로,
인부에게 일을 시키다처럼 씁니다.
굳이 '소개하다'와 '소개시키다'의 차이를 풀어보면,(실은 말도 안 되는 소린데...)
'소개하다'는 '갑'이 '을'과 '병'을 서로 알고 지내도록 맺어주는 것이지만,
'소개시키다'는 다른 제3자가 '갑'에게 '을'과 '병'을 맺어
주도록 시키는 겁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소개시키는 게 아니라 소개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지 않고 '시킨다'고 하면 안 되죠.
남들 시켜 먹는 게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설득할 일도 설득시키라고 하고,
취소할 일도 취소시키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주차하면 될 것을, 주차 시키고 온다고 하고,
내공을 전수하면 될 것을, 내공을 전수시키고...
저는 그런 사람들은 제 주위 사람에게 소개 안 합니다.
같이 안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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