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뇌두 >> 노두]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는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고향집에 가서 제사 모시고, 토요일에는 어머니와 함께 매실농원에 꽃 구경가고, 어머니 친정 동네도 들러보고... 하루종일 어머니와 같이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요일 아침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칡즙을 싸 주시더군요. 혼자 먹기 아까워 올라오는 길에 광주에 들러 누나에게 좀 나눠줬는데, 광주에까지 와서 처가에 안 들르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간 김에 구례 처가에 들러 어르신들께 점심까지 대접하고 올라왔습니다. 이 정도면 주말 잘 보낸 거 맞죠?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인삼랜드 휴게소였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현수막 하나가 눈에 딱 띄더군요. '잡상인의 물건을 구입하지 마십시요' '마십시요'가 아니라 '마십시오'인데...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니, 왼쪽에 휴게소에서 만든 간판이 있더군요. 인삼 그림을 그려놓고, 몸통은 '동체'라고 하고, 그 밑은 '지근'이라고 하며, 몸통 윗부분은 '뇌두'라고 한다는 친절한 설명...
'인삼, 산삼, 도라지, 더덕 따위의 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대가리 부분'은, '뇌두'가 아니라 '노두(蘆頭)'인데...
다른 사람들이 보라고 걸어놓은, 현수막이나 간판에 쓰는 글자의 맞춤법에는 관심이 없고, 휴게소 이름을 '인삼랜드'라고 짓는 데만 관심이 있는지... '인삼렌드'라고 안 하고, '인삼랜드'라고 '랜드'를 똑바로 쓴 것에 만족해야 하는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한 주 내내 웃으시는 일이 많이 생기길 빕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