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6] 우리말) 피로회복

조회 수 8043 추천 수 0 2012.10.16 08:57:32

'피로'는 지친 것이고, '회복'은 되돌리는 것이므로 '피로회복'은 마땅히 '피로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됩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주 쓴다고 해도 '피로회복'은 잘못된 말이고,
이런 말은 수천 번이라도 짚어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무척 쌀쌀하네요.
내일은 비도 올 거라고 합니다. 

어제저녁 9시 20분에 KBS 뉴스에서 프로포폴이라는 약을 이야기하면서
앵커가 "피로회복에 좋다"고 이야기했고, 뒤이어 기자도 "피로회복에 좋다는..."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거짓말을 좀 보태면,
우리말 편지에서 '피로회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백 번도 더 이야기했을 겁니다.
어떤 분은 
이제 '피로회복'이야기는 제발 그만 하자 시면서, 언어는 사회성이 있는 것이므로 이제는 '피로회복'을 새로운 낱말로 인정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강남에서 넘어온 '강남콩'이 소리 내기 쉽게 '강낭콩'으로 바뀔 수 있고,
백 보 양보해서 '책갈피'가 '갈피표'라는 뜻으로 쓰이고, '청설모'가 '청서'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고 해도,
'다르다'고 할 것을 '틀리다'고 한다고 해서 '틀리다'라는 낱말의 뜻풀이에 "이것과 저것은 서로 다르다"라는 풀이를 달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피로회복'도 절대 '원기회복'이나 '피로해소'라는 뜻으로 쓰일 수 없습니다.
'피로'는 지친 것이고, '회복'은 되돌리는 것이므로 '피로회복'은 마땅히 '피로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됩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주 쓴다고 해도 '피로회복'은 잘못된 말이고,
이런 말은 수천 번이라도 짚어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어제 강원도민일보에 좋은 기사가 떠서 여기에 잇습니다.

외래 말을 우리말로 바꾸자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591338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안녕하세요.

잘 쉬셨어요?

일요일 아침 9:27 KBS2 자막에 '몇 월 몇 일'이라고 나왔습니다. '몇 월 며칠'이 맞습니다.
어젯밤 대조영 끝나면서 '4.5Km'라고 나왔습니다. '4.5km'가 맞습니다.
어젯밤 KBS2 비타민에서 '야식'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일본말 やしょく[야쇽]보다는 우리말 밤참이 낫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야식'을 '밤참'으로 다듬었습니다.
그 방송에서 '뇌졸중' 이야기도 했는데, 출연자들이 모두 '뇌졸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영어 공부 좀 해 볼까요? 

영어 Silent는 우리말로 '침묵(沈默)'이죠?
따라서 Silent night은 '침묵의 밤' 정도 될 겁니다.
holy는 그림씨로 '신성(神聖)한'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holy night은 '신성한 밤' 정도 될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예수님 오신 날 찬송가로 많이 부르는 
'Silent night, holy night'은
'침묵의 밤, 신성한 밤'이라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처음 이 영어 찬송가를 번역하면서
'침묵(沈默)의 밤, 신성(神聖)한 밤'이라 하지 않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고 했습니다.

참 좋습니다.

더 나가볼까요?

All is calm, all is bright.
모든 것은 정적이고, 모든 것이 빛난다고 하지 않고,
어둠에 묻힌 밤이라 했습니다.

Round yon Virgin, Mother and Child.
Holy infant so tender and mild,
성모 마리아와 가족이 둘러앉아 연약하고 온후한 어린아이를 두고 기도한다라고 하지 않고,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드릴 때라고 했습니다.

Sleep in heavenly peace,
천국 같은 평화 속에서 잠들었다 하지 않고,
아기 잘도 잔다고 했습니다.

silent를 조용한 이라 해도 되고, 정숙한 이라고 해도 되고, 고요한 이라고 해도 됩니다.
침묵이라 해도 되고, 묵묵하다고 해도 되며, 말 없다고 해도 됩니다.
더 나가서는 묵음이라 해도 됩니다.
어떻게 번역을 하건 말은 다 알아듣습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정숙이나 침묵이라는 한자말 보다는 고요하고 조용하다는 우리말로 번역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과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 삶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가져올 때 이왕이면 우리 것으로 바꾸어서 쉽게 우리 삶에 녹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방끈 긴 사람들의 책임이 무겁고, 번역하시는 분들의 어깨가 무거운 겁니다. 제 생각에...

그냥 찬송가 한 번 불러보고 싶네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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