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위표와 가새표]
안녕하세요.
저는 토요일이 참 좋습니다. 이렇게 늦게 나올 수 있잖아요. ^^*
지난주 토요일, 딱 일주일 전에 저는 딸아이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45개월)인데 편지를 써서 주더군요. 오늘은 그 이야기 좀 할게요. 마침 토요일이라...^^* (토요일에는 우리말이나 맞춤법이야기를 보내기도 하지만, 가끔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도 보냅니다.)
'오늘 엄마 퇴원하시는 날이니 집 청소 좀 하자. 저것은 네 장난감이니 네가 치워라. 아빠는 방과 거실을 청소할게.' '......' '저것좀 치우라고! 네가 가지고 놀았으니 네가 치워야지. 안 그래?' '......' '야! 오늘 엄마 퇴원해서 집에 오시는데 이렇게 어지럽게 장난감을 널어놓으면 되겠어? 이러다 넘어지시면 엄마 또 병원에 입원하실 수도 있잖아! 빨리 치워!'
티격태격하다 결국 제가 장난감을 대충 상자에 담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한창 청소하는데 딸내미가 뒤에서 저를 콕콕 찌르더니 '아빠, 편지'하면서 종이를 주더군요. 바로 이겁니다.
s_첫편지.jpg
'성제훈X'
'이게 무슨 뜻이야?' '아이 참 아빠 엑스라고오~' '엑스가 뭔데?' '그것도 몰라? 아빠 밉다고오~' '......'
제가 이 녀석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제가 이 녀석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저에게 처음 편지를 주면서 감동을 선사하더니, 알고 보니 그 뜻이 아빠가 밉다라니...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딸내미 편지를 받아서 기쁘긴 한데, 뜻이 영 거시기하네요. 그래도 좋습니다. 저에게 어떻게 온 딸인데요. 저는 그저 기쁩니다. ^^*
오늘은 딸내미가 쓴 'X'이야기를 해 볼게요.
O, X를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세요? '오', '엑스'? '동그라미', '가위표'? '동그라미', '가새표'?
'X'는 가새표가 맞습니다. 가새는 '사각형으로 짠 뼈대의 변형(變形)을 막기 위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빗댄 쇠나 나무 막대'를 뜻합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00016.jpg
'가새'와 소리가 비슷한 가위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옷감, 종이, 머리털 따위를 자르는 기구로 날이 있는 두 개의 쇠를 교차시켜 가운데 사북을 박고, 지레의 원리를 이용하여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여 자르는 기구입니다. http://www.korean.go.kr/imgdata/image/half/aa/aa537ssy.jpg
'X'는 가새와 닮았지만 잘 모르는 가새보다는 흔히 보는 가위를 떠올려 '가새표'보다 '가위표'를 더 많이 씁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가새표'가 맞는 말이지만, '가위표'도 맞다고 복수표준어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X'를 '가위표'라고 해도 되고 '가새표'라고 해도 됩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러나 '가께표'나 '가세표'는 틀립니다.
어찌어찌 글을 쓰다 보니, 딸내미 편지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어쨌든, O, X를 '오, 엑스'보다는 '동그라미표, 가새표(가위표)'라고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제 딸내미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빠 동그라미야 가위표야?' '아빠는 동그라미야!' ^_____^* 이런 딸이 있어 저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사투리로 가위를 가세라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