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싱글맘] 안녕하세요.
방송인 허수경 씨가 '싱글맘'이 된다네요. 축하합니다. 무엇보다 어렵게 임신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건강하게 잘 낳고, 잘 키우시기를 빕니다.
좀 의외죠? 제가 '싱글맘'이라는 엉터리 낱말을 쓰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하니...
싱글맘은 "남편이 없는 몸으로 아이를 기르는 여자"라는 뜻이고, 국립국어원에서 새로운 낱말로 받아들였습니다.
말이라는 게 살아 있다 보니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쓰면 사전에 올려 어엿한 우리말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낱말을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처음에는 인터체인지라고 했는데 나중에 나들목으로 바꾸었습니다. 흔히 쓰는 댓글도 처음에는 리플이라고 했습니다. 웰빙(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웰비잉이 맞습니다.)도 지금은 참살이로 바꿔씁니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새롭게 생긴 현상을 나타내는 낱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낱말을 만들 때 잘 만들면 나중에 바꿔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웰빙을 받아들이면서 참살이라고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싱글맘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없는 몸으로 아이를 기르는 여자"라는 뜻에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당당한 미혼모라는 뜻을 더한 멋진 우리말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홀로엄마'라고 하면 맛이 좀 떨어지나요?
오늘 아침 SBS에서 "결혼은 선택, 골드 미스"라는 꼭지의 방송을 했습니다. '올드미스'를 보고 '골드 미스'를 만든 것 같은데, 올드미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노처녀로 다듬은 말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애써 찾아내 보듬고 가야 하는데......
좀 다른 이야긴데, 저는 지금도 누군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으로 애를 만들었다고 하면 눈물부터 납니다. 그 말로 다 할 수 없는 엄청난 아픔을 조금은 알기에...... 그런 아픔을 함께하는 누리집이 있습니다. www.agaya.org 입니다.
허수경 씨가 당당한 싱글맘으로 애 잘 키우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