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건하다와 거나하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일터에 나왔습니다. 어제저녁에 술을 마셨거든요.
어제저녁은 그동안 우리 과에서 일했던 머드러기 박남건 박사가 제주도 난지농업연구소로 돌아가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3년이 넘게 타향에서 남들을 위해 고생하다 이제야 돌아가게 된 박 박사님의 눈가가 촉촉하더군요.
어제는 다들 건하게 먹었습니다. 그러니 다들 거나해졌죠. 해닥사그리한겁니다.
오늘은 건하다와 거나하다를 알아볼게요.
흔히,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을 때 '거나하게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건하게 먹었다'고 해야 합니다.
'건하다'는 그림씨(형용사)로 "아주 넉넉하다."는 뜻입니다. '거한 술자리'는 '건한 술자리'라고 해야 하고, '거한 환송회'는 '건한 환송회'라고 해야 합니다. 어젯밤 박 박사님 환송회 때 건하게 먹었습니다. ^^*
'거나하다'도 그림씨(형용사)로 "술 따위에 취한 그 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하는 상태에 있다."는 뜻입니다. 거나한 목소리, 거나하게 취한 얼굴, 술기운이 거나하게 돌다처럼 씁니다. 어젯밤에 건하게 먹고 거나한 얼굴로 들어갔습니다. ^^* 이 '거나하다'의 준말이 '건하다'입니다. 앞에서 본 넉넉하다는 것과 같은 '건하다'죠.
그래서 헷갈리나 봅니다.
정리하면, '거나하다'는 술 취한 것을 뜻하고, '건하다'는 넉넉한 것을 뜻합니다. 다만' 거나하다의 준말이 건하다이므로 건하게 취한 얼굴도 말이 됩니다.
다시 한번 박남건 박사님의 복귀를 축하드리고, 박 박사님의 앞날에 항상 기쁨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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