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서]
제가 이곳 농촌진흥청 본청으로 옮긴 지 벌써 15개월이 넘었네요. 없는 실력에 가방끈이라도 늘이려고 학교만 다니다 졸업하자마자 연구소로 바로 들어가서 행정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는데, 이곳에 와서 행정 일을 제대로 배우고 있습니다.
근데 갈수록 일이 어렵고 힘드네요. 제가 눈치가 그리 없는 것도 아니고 일의 벼리를 잘 못 잡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일에 치여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 왜 내가 잡혀(?) 왔는지... 그 많고 많은 사람 다 놔두고 왜 내가...
오늘은 일이 좀 덜 떨어지고 쉬운 일만 떨어지길 빕니다. ^^*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을 넘다"는 뜻의 낱말이 '많다'입니다. 이를 반복한 '많고 많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이 '많고 많다'와 같은 뜻의 그림씨(형용사)가 '하고많다'입니다.
다만, '하고많다[하고만타]'는 한 낱말이라서 붙여 쓰고, '많고 많다'는 한 낱말이 아니라서 띄어 씁니다. 하고많은 것 가운데서 왜 하필이면 썩은 것을 골랐느냐 많고 많은 것 가운데서 왜 하필이면 썩은 것을 골랐느냐처럼 씁니다.
오늘도 또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해야겠죠?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서 뽑혀(?) 왔으니, 하고많은 일도 척척 해 낸다는 소릴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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