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6] 우리말) 양반다리와 책상다리

조회 수 5952 추천 수 0 2013.07.29 12:19:37

제가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엉터리 말을 하면 한 명에게만 나쁜 짓을 한 것이지만,
언론에서 엉터리 말을 쓰면 우리나라 백성 5천만 명에게 나쁜짓을 한 겁니다.
그래서 언론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전에 일이 좀 많아 편지를 못썼습니다.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
양반다리와 책상다리]

어제는 애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좀 일찍 집에 들어갔습니다그래 봐야 10시가 넘었지만...
어제 집에 가면서 내일 아침 우리말 편지 밥상을 무엇으로 차리나를 고민했는데,
집에 가자마자 MBC가 도와 주더군요.
히트라는 연속극에서 "용의자를 석방하고..."라는 말이 제 귀를 긁더군요.
그래내일 밥상은 '용의자'로 차리자...^^*

씻고 나와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이번에는 KBS에서 도와주더군요.
상상플러스에 나온 몇 가지 실수가 제 눈을 괴롭혔기에 오늘은 그것으로 밥상을 차릴게요.

먼저,
뭔가를 설명할 때,
'
이것은 무엇입니다, ....입니다.'라고 풀면서 ''을 쓰는데,
이는 ''으로 바꿔 쓰시는 게 좋습니다.
()이나 곧이나 뜻이 거의 같다면 우리말을 쓰는 게 낫잖아요
내친김에,
일반적으로 접속 부사 다음에는 반점을 찍지 않습니다만,
'
따위 뒤에서는 반점을 찍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나오는 화면에서
"
깜짝 놀래라"라는 자막이 나왔는데,
놀래라가 아니라 놀라라입니다.
놀래다는 놀라다의 사동형으로 남을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문제를 맞힌 사람이 주전부리를 가져가면서
"
화전은 내꺼야"라고 했고자막도 그렇게 나왔는데,
'
내꺼야'가 아니라 '내 거야'가 맞습니다.

출연자들이 방석을 타고 달리는 겨루기를 하면서
'
양반다리 방석 달리기'라고 했습니다.
뜀박질이나 달음박질이 아니면서 '달리기'를 쓴 것은 봐줄 만 한데,
'
양반다리'라는 낱말은 안 됩니다.
"
한쪽 다리를 오그리고 다른 쪽 다리는 그 위에 포개어 얹고 앉은 자세",
전라도 말로 헹감치는 꼴은 양반다리가 아니라 책상다리입니다.
듣기에 따라 책상다리보다 양반다리가 더 낫게 들릴지 모르지만,
양반다리는 국어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런 생각 하시죠.
우리말 편지를 쓰는 저 인간도 세상 참 피곤하게 산다...
그냥 편하게 보고 웃으면 될 것을 왜 저리 따지나... 인간 참 꼬장꼬장하네...

그런 생각하셨죠맞죠?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친구들과 웃고 떠들 때는 어떤 말을 쓰건 상관 없을지 모르지만,
방송에서는 안 됩니다.
방송과 신문은 언제나 옳고 바른말만 써야 합니다.

제가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엉터리 말을 하면 한 명에게만 나쁜 짓을 한 것이지만,
언론에서 엉터리 말을 쓰면 우리나라 백성 5천만 명에게 나쁜짓을 한 겁니다.
그래서 언론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언론에서 일본말이나 한자투를 버리고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르게 쓰려는 노력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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