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싱싱하다]
어제와 그제 '대충 잘'을 말씀드렸습니다. 한 교수님의 말씀처럼 언어에는 용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쓰면 새로운 말이 되고, 한 낱말에서 뜻이 더 들어가기도 하죠.
오늘은 그런 낱말을 좀 볼게요. 낱말의 뜻이 더해진 그런 경우를 볼게요.
요즘 밖에 나가면 파릇파릇 돋은 새싹을 보고, "참 싱싱하다"라고 하시는 분이 많으십니다.
싱싱하다의 본래 뜻은, "시들지 않고 생기가 있는 모양"으로, 꽃을 꺾어 꽃병에 꽂아 놨는데 마치 뿌리가 달린 것처럼 생기가 돈다는 뜻입니다. 또, 시장에 있는 고등어가 상하지 않고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싱싱하다'고 합니다. 이러첨 싱싱하다는 뿌리가 달렸거나 숨을 쉬는 살아 있는 생물에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팔딱팔딱 뛰는 고등어를 보고 싱싱하다고 하면 안 되고, 이제 막 나온 새싹을 보고 싱싱하다고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렇죠?
그러나 이것은 10년 전까지만 통하는 말입니다. 90년대 후반에 만든 사전부터는 싱싱하다에, "힘이나 기운 따위가 왕성한 모양.", "기세 좋게 돌아가는 모양."이라는 뜻을 더 넣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싱싱하게 팔딱이는 생선, 이슬을 맞아 풀빛이 싱싱해 보인다, 초록빛이 싱싱히 도는 나뭇잎처럼 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이렇게 '싱싱하게' 살아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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