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1] 우리말) 사글세와 우레

조회 수 6416 추천 수 0 2013.08.21 08:32:17

우리말에 '사글세'가 있습니다.
저는 사글세가 朔月貰에서 온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어제 오후에 한글학회 이대로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니 '사글세'가 순우리말이라고 하네요.

안녕하세요.

제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아침마다 언론에 난 기사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인데요.
오늘은 전셋값과 월세에 얽힌 기사가 많네요.

우리말에 '사글세'가 있습니다.
"집이나 방을 다달이 빌려 쓰는 일. 또는 그 돈"을 뜻하는데요.
저는 사글세가 朔月貰에서 온 말인 줄 알았습니다.
朔月貰(삭월세)를 소리내기 쉽게 '사글세'로 쓰는 줄 안 거죠.
근데, 어제 오후에 한글학회 이대로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니
'사글세'가 순우리말이라고 하네요.
朔月貰는 억지로 만든 말이라는 거죠.

제가 아는 그런 낱말이 또 있습니다.
바로 우레입니다.
비가 올 때 내리치는 천둥을 우레라고 하는데, 한자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억지로 우뢰(雨雷)라고 만든 거죠.
그래놓고 한자에서 온 낱말이 이렇게 많으니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십니다.

며칠 전에 소개한 '엉터리 국어사전'이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그만큼 조심스런 말이 ‘석패’지만 조심스럽게 말하건대 이 말은 ‘세키하이’라는 일본 한자말에서 온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는 “경기나 경쟁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아깝게 짐”. 하지만 석패의 말밑(어원)은 함묵하고 있다. 
일본 국어대사전 ‘다이지센’에도 석패라는 표제어가 있다. 
굳이 번역할 필요는 없다. 우리 국어사전에서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번역해다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어 발음 세키하이를 석패로 쓰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일본 말을 한자음 그대로 빌어다 쓰는 말은 참으로 많다. 
유통을 뜻하는 물류, 강바닥을 가리키는 하상, 방아 찧기를 말하는 도정, 앞에서 말한 바 있는 서성쇄신 등이 모두 그런 예다. 
한국어 낱말 가운데 70퍼센트가 한자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일본식 한자 때문이다. 
‘석패’를 ‘아깝게 지다’라는 우리 토박이말로 바꿔 쓰고 우리 말글살이에서 몰아낸다면 우리말 속 한자어 비중을 차츰 줄어들 것이다.(236~237쪽)

우리말은 우리말을 쓰는 우리가 아끼고 다듬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멍들고 깨져 못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말 사랑을 다짐해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아이고머니나]

안녕하시냐고 여쭙기가 쑥스럽네요.
미국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 났는데,
어젯밤 늦게 우리나라 사람이 그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어쩌다 그런 짓을 했는지...
죄없이 죽어간 사람은 얼마나 불쌍하고 그 가족은 얼마나 큰 아픔을 겪을지...


아이고, 아이코, 아이고머니, 아이고머니나......


정말로 가슴이 아프네요.
그저 일이 빨리 마무리되고 애먼 사람 잡는 일이 없기만을 빌고 빌 뿐입니다.


아프거나 힘들거나 놀라거나 원통하거나 기막힐 때 내는 소리가 '아이고'입니다.
'아이고'의 준말이 '애고'고,
'아이고'의 힘줌말이 '아이코'며,
'아이고'보다 느낌이 더 간절할 때는 '아이고머니'라고 합니다.
'아이고머니'의 준말이 '애고머니'고,
'아이고머니'를 강조할 때는 '아이고머니나'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구'가 아니라 '아이고'라는 점입니다.
모음조화 때문이죠.
그래서,
어이고, 어이구머니, 어이구머니나로 씁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을 두고,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자 '아이고'라는 느낌씨(감탄사)를 알아봤는데,
제 글 솜씨가 없어서 아픔을 함께하는 글맛이 안 나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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