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파래/퍼레, 파랑색/파란색]
어제 책을 걸고 문제를 냈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하시네요. 앞으로도 가끔 이런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들판을 보면 벌써 푸른 기운이 돌죠? 커다란 자연 앞에 혼자 서 있는 제 모습이 그려지고, 이런 것을 생각하면 자연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파란 들판...... 들판 색이 '파란색'일까요, '파랑색'이까요? 파래진 들판과 퍼레진 들판에서 '퍼레진'이 맞을까요, '퍼래진'이 맞을까요?
먼저, 파란색과 파랑색은 파란색이 맞습니다. '파랑'이 색을 표현하는 낱말인데 여기에 또 '-색'을 붙이면 안 됩니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이 맞습니다.
우리 국어 맞춤법에 모음조화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모음조화'는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뒤의 모음이 앞 모음의 영향으로 그와 가깝거나 같은 소리로 되는 언어 현상을 말합니다. 'ㅏ, ㅗ' 따위의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ㅓ, ㅜ, ㅡ, ㅣ' 따위의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이죠. 깎아, 숨어, 알록달록, 얼룩덜룩, 글썽글썽, 졸졸, 줄줄 따위가 그런 보기입니다.
이에 따라, 파랗다에서 온 파래지다를 '퍼레지다'로 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노래/누레, 까매/꺼메, 빨개/뻘게로 쓰셔야 합니다. 노래진 호박이나 누레진 호박이라고 써야 하는 거죠.
별로 맘에는 안 들지만, 맞춤법 규정이 그렇습니다. 조화를 이루고자 만든 맞춤법이라는 데 영 맘에 안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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