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4] 우리말) 밸런타인데이

조회 수 6158 추천 수 0 2014.02.17 09:55:24

'막연하다'는 그림씨(형용사)로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아득하다,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는 뜻입니다.
'막역하다'도 그림씨로 "허물이 없이 아주 친하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죠?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로마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연인들의 결혼을 죽음으로 성사시킨 밸런타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의 수호자로 추앙된 거죠. 그 뒤부터 초콜릿과 사탕 따위 달콤한 선물에 사랑의 고백을 담아 남성에게 주는 날이 되었다고 합니다.

2. Valentine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발렌타인'이 아니라 '밸런타인'입니다.

3. 2월 14일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재판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날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쏜 뒤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습니다.
  현장에서 잡힌 안 의사는 1년 뒤인 2월 14일 중국 뤼순의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1910년 3월 26일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고 돌아가십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옥중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나네요.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 줄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하게 목숨을 버리거라.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네가 사형언도를 받은 것이 억울해서 공소를 한다면, 그건 네가 일본에게 너의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이다. 
  너는 대한을 위해서 깨끗이 하고 떳떳하게 죽어야 한다.

  아마도 이 편지는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망치 아니하노니….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잠시......
여기까지 쓰고 눈물이 앞을 가려 더는...

4. 비록 음력으로 세기는 하지만 2월 14일이 제 생일입니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바로 이 순간 KBS 2라디오에서 가람과 뫼가 부르는 생일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네요. 
  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두리둥실 귀여운 아기 하얀 그 얼굴이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 모습이란다
  ~~~~~~

아침부터 울면서 하루를 시작하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책을 구입하고 책 값을 지불하신다고요?]

며칠 전에 우리말편지가 책으로 나왔다고 편지에 썼더니,
많은 분이 어떻게 구입하느냐고 물으시네요.
또 어떤 분은 책을 보내달라고 하시면서 책값을 어떻게 지불하면 되냐고 물으시고...

오늘은 그 답변으로 우리말편지를 갈음합니다.
이번에 나온 책 이름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인데,
그 책을 '구입'하시면 안 됩니다.
구입하지 마시고, 그냥 사시면 됩니다. ^^*
구입은 購入(こうにゅう[고우뉴])라는 일본말 찌꺼기거든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구입'을 '사들임'이나 '사들이기'로 다듬었습니다.
우리말 편지 책을 구입하지 마시고 사주세요. ^^*

그리고
책을 사신 뒤 돈을 지불하시면 안 됩니다.
支拂(しはら[시하라])도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치름'으로 다듬었습니다.
그냥 책값을 치르시면 됩니다.

따라서,
날마다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를 책으로 엮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책을 구입하시 마시고 사시고,
책값을 지불하지 마시고 그냥 치르거나 내시면 됩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하죠.
이번에 나온 책을 팔아 생긴 수익금 중 저자 몫은 몽땅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했는데요.
어떤 분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저자 인세 전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기부하기로 한 게 정말이냐?'라고 묻더군요.
정말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여기서는 달리 대답할게요.

저는 책 인세 전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전부(全部)는 한자거든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같이 쓰는 한자 낱말입니다.
이와 똑같은 뜻으로 모조리, 몽땅, 다가 있습니다.

우리말이 있는데, 똑같은 뜻의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한자말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저는 제 몫을 '전부' 기부하는 게 아니라,
모조리, 몽땅, 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드리는 겁니다.

설마하니,
'저는 책 인세 전부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지 않습니다.'만 따서 어디에 소개하지는 않으시겠죠? ^^*

고맙습니다.
책 많이 사주세요.


보태기)
우리말 편지가 책으로 나오다 보니,
그동안 우리말 편지를 누리집에 올리셨던 분들이 걱정을 하시나 봅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예전처럼 맘대로 올리셔도 됩니다.
맘껏 편집하시고 아무 데나 올리셔도 됩니다.
약속드리지만, 제가 책 내용 가지고, 판권가지고 시비 걸 일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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