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아빠, 원준이 또 똥쌌어요]
'아빠, 원준이 또 똥 쌌어요.' '뭐? 또?' '저는 화장실 가서 누는데 원준이는 만날 기저귀에다 싸요. 그쵸?'
오늘 아침에 제 딸이 저에게 일러바친 말입니다. 제 딸내미는 이제 막 36개월을 넘어섰습니다. 이 어린것이 말을 배워가는 것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언젠가는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아빠, 저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죠. 그쵸?'라고 말해 저를 깜짝 놀라게 하더군요. 이 어린것이 벌써 틀리다와 다르다를 갈라 쓰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해요.
앞에서 제 동생이 똥을 쌌다고 하고 자기는 똥을 눈다고 했는데요. 이것도 정확하게 갈라서 쓰고 있는 겁니다.
'싸다'는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함부로 누다.'나, 똥이나 오줌을 누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개똥녀'의 개가 여기저기 똥을 싸고 다니는 거죠.
'누다'는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다.'는 뜻으로 오줌을 누다, 똥을 누다처럼 씁니다.
그게 그거 같아 헷갈리신다고요? 쉽게 가르실 수 있습니다. '누다'는 내가 내 의지에 따라 다스려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고,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입니다.
제 아들은 아직 철이 들지 않아 똥을 싸는 것이고, 제 딸은 철이 들어 제 의지대로 똥을 누는 것입니다. 이제 '누다'와 '싸다'를 가르실 수 있죠? 겨우 네 살인 제 딸도 이런 말을 상황에 맞게 씁니다. 하물며 나이든 우리야...
우리말123
보태기) '그쵸'는 없는 말입니다. '그렇죠'가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