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8] 우리말) 구름다리와 섬다리

조회 수 5016 추천 수 0 2014.04.08 11:16:44

행정 관청에서 오염시킨 우리말이 수없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에서 앞장서서 우리말을 다시 맑히는 일에 나서야겠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이 쓰신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구름다리와 섬다리_성기지 학술위원

우리말 ‘산봉우리, 산마루, 산줄기, 산비탈, 산자락, 산기슭’ 가운데 ‘산줄기’가 일본식 한자말 ‘산맥’으로 바뀌어 버렸다. 북한에서는 아직 ‘산줄기’라 한다. ‘백두대간’이라 할 때의 ‘대간’이나 ‘정맥, 지맥’ 들의 ‘간, 맥’이 다 ‘줄기’라는 말이다. ‘산맥’을 ‘산줄기’라고 살려 쓰면 남북한 언어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육교’라고 부르는 것도 일본말이다. 이러한 형태의 다리를 중국에서는 ‘하늘다리’라 하고, 우리는 ‘구름다리’라고 한다. 일본말 ‘육교’는 ‘뭍에 있는 다리’이니 가장 좀스럽고, ‘하늘다리’는 지나친 과장이고, 우리말 ‘구름다리’가 알맞고 정겹다. 이름 짓는 방식에서도 민족성이 엿보인다. 이 말과 비슷한 경우로, 요즘 들어 ‘연륙교’라 부르는 다리가 있는데, 섬과 뭍 사이에 놓인 다리이다. 우리말로는 ‘섬다리’다.

우리말에는 ‘선착장’이란 말이 없다. 이것은 일본말 ‘후나쓰키바’(배 닿는 곳)를 한자로 적은 것인데, 일본식으로 적힌 한자를 우리는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 ‘선착장’이다. 우리말로는 ‘나루’다. 여의도 선착장은 본디 ‘노들나루’였는데, 서울시에서 1970년대 이후부터 ‘여의도 선착장’으로 바꾸어 이름붙인 것이다. 이렇게 행정 관청에서 오염시킨 우리말이 수없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에서 앞장서서 우리말을 다시 맑히는 일에 나서야겠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고육지책]

어제 뉴스를 보니,
이번 달 25일 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육지책으로 인센티브제를 내놨다고 하네요.
'고육지책'을 내놓기에 앞서
정치인들이 하는 짓거리가 얼마나 보기 싫었으면 국민이 등을 돌릴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국민의 심부름꾼이니 종이니 하면서 떠벌리다가 
막상 선거만 끝나면 국민을 발가락의 때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국회의원들을 보고 
어느 국민이 투표할 마음이 생길까요?
몇몇 일 하시는 국회의원들 빼고...

인센티브제를 받아들이면서
선관위에서 '고육지책'이라는 고사성어를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선관위에서 내 놓은 정책을 보고 언론에서 '고육지책'이라고 썼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고육지책은 쓸 고(苦), 고기 육(肉), 갈 지(之), 꾀 책(策) 자를 쓰는데 삼국지에 나옵니다.
그 내용은
오나라가 조조의 대군을 격파하기 위해 불공격을 계획했는데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황개라는 장수가 머리를 쓰죠.
황계가 자기군 대장에게 대들어 죽도록 얻어터진 후, 
이를 비관해 조조에게 투항하는 것처럼 꾸며 조조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이른 본 조조는 황계가 정말로 자기군 대장에게 꾸중들은 것에 반발해 자기에게 오는 것으로 알고 대비를 소홀히 하다 결국 불공격을 당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 고육지책입니다.
(더 자세히 보시려면 이곳으로 가 보세요. 네이버백과사전,http://100.naver.com/100.nhn?docid=701877)
곧, 장수 황계가 제 몸을(肉) 괴롭혀서라도(苦)(일부러 대들어 죽도록 얻어터져서라도)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려는(之) 계책(計)이라는 뜻의 고사성어가 고육지책입니다.
따라서, 고육지책은 힘들게 머리를 짜서 만들어낸 방법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먼저 희생하는 경우에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고육지책/고육지계를 '적을 속이기 위하여 자신의 괴로움을 무릅쓰고 꾸미는 계책'이라 풀어놨습니다.

이번에 선관위에서
선관위 직원이나 조직을 희생해 가면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관위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서 만들어낸 한 가지 방법일 뿐입니다.
그것은 고육지책이 아닙니다.

'궁한 나머지 생각다 못하여 짜낸 계책.'이므로 궁여지책(窮餘之策)이 맞습니다.

언론에서 어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사성어를 쓰는 것은 좋으나 상황에 맞게 써야합니다.
이번 선관위에서 하는 일을 보고 '고육지책'이라고 쓰면,
대부분의 사람은, 
'아, 고육지책이란 깊은 고민을 해서 내 놓은 방법을 말 하는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육지책'이라고 쓴 것은,
사회의 여론을 만들어 간다는 언론이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겁니다.
고육지책이라는 고사성어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의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틀린 기사 한 줄이 수천 수만 명의 눈을 멀게 할 수 있고,
잘못 뽑은 국회의원 하나가 나라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꼼꼼히 따져보시고 선거 잘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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