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제 일터 농촌진흥청이 없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춥죠? 저도 몸도 춥고 마음도 춥네요.
어제 인수위원회에서 밝힌 정부조직개편안을 보셨나요?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이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18청 가운데 오로지 농촌진흥청만 없어지고, 7,000명 가까이 공무원을 줄이는데 그 가운데 1/3인 2,100명이 농촌진흥청 직원입니다. 이 정도면 농업을 포기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어제 오후에 그 소식을 듣자마자 늘쩍지근하고 날짝지근하니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아 깨나른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늘쩍지근하다 : 몹시 느른하다.) (날짝지근하다 : 몹시 나른하다.) (깨나른하다 :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을 만큼 나른하다.)
정부조직 개편 소식을 듣고 해낙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훔훔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낙낙하다 : 마음이 흐뭇하여 만족한 느낌이 있다.) (훔훔하다 : 얼굴에 만족한 표정을 띠다.) 저는 부들부들 떨면서 만경하다시피 눈에 힘이 빠지더군요. 눈물도 갈쌍거리고...... (만경하다 : 눈에 정기가 없어지다.) (갈쌍거리다 : 눈에 눈물이 자꾸 넘칠 듯이 가득하게 고이다.)
어제저녁에는 6시가 넘자마자 동료들이 다 같이 술집으로 몰려갔습니다. 다들 부어라 마셔라...... 간잔지런하게 눈을 뜨고 여기저기에 대고 신세 한탄을 했습니다. (간잔지런하다 : 졸리거나 술에 취하여 위아래 두 눈시울이 서로 맞닿을 듯하다.)
아침에 일터에 나오기는 했지만 나라져서 냅뜰 힘이 없네요. (나라지다 : 심신이 피곤하여 나른해지다.) (냅뜨다 : 일에 기운차게 앞질러 나서다.)
국가의 앞날을 보고 그렇게 했겠지만, 살똥스럽고 몰강스럽게 농업을 포기한 정권...... 제발 뒤넘스런 짓이 아니었기만을 빕니다. (살똥스럽다 : 말이나 행동이 독살스럽고 당돌하다.) (몰강스럽다 : 인정이 없이 억세며 성질이 악착같고 모질다.) (뒤넘스럽다 : 어리석은 것이 주제넘게 행동하여 건방진 데가 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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