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어제 문제를 냈죠? 탁 트여서 시원스럽게 넓은 것을 이르는 그림씨(형용사)가 뭔지를 문제로 냈는데요. 네 자로 된 낱말이라고 잘못 뚱겨드려서 그런지 답을 맞히신 분이 많지 않으시네요. 답은 '너렁청하다'입니다. 몇 분께 갈피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보내드리는 글은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최근호에 나온 글이고, 성기지 님의 허락을 받고 보내드리는 겁니다.
노랫말의 반칙_성기지 학술위원
가수 전영록 님이 부른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란 노래는, “꿈으로 가득 찬 설레이는 이 가슴에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고 시작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설레이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설레다’가 표준말이다. 이 노랫말의 ‘설레이는’은 ‘설레는’으로 고쳐야 하고, ‘쓸려거든’은 ‘쓰려거든’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설레임’이란 얼음과자가 있는데, 이 제품 이름도 ‘설렘’으로 고쳐야 맞는 표현이 된다. 설운도 님의 <잃어버린 30년>에 들어있는 “목메이게 불러봅니다”라는 노랫말도 ‘설레는’을 ‘설레이는’으로 잘못 쓴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이때에도 ‘목메이게’가 아니라 ‘목메게’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서정주 시인의 작품 <푸르른 날>도 가수 송창식 님이 대중가요로 만들어 널리 불리고 있는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하고 시작되는 이 노랫말에서, ‘푸르른 날’ 역시 우리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표준말은 ‘푸르르다’가 아니라 ‘푸르다’이므로, 이 구절을 바르게 고치면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은’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 귀에 익은 대중가요 가운데,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에서의 “거칠은 벌판으로”라는 구절은 “거친 벌판으로”라고 바로잡아야 한다. ‘거친’을 ‘거칠은’으로 잘못 쓴 것이다.
가수 장계현 님의 <나의 20년>이란 노래를 들어보면 “[동녀게] 해 뜰 때 어머님 날 낳으시고”라고 부르고 있다. 이때의 [동녀게]는 ‘동녘에’[동녀케]를 잘못 발음하고 있는 것이다. 키읔 받침소리의 실종은 “어머니가 부엌에[부어케] 계십니다.”를 ‘부억에[부어게] 계십니다’로 하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또,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는데, 이때의 ‘웃을려고’도 ‘웃으려고’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그 밖에도 노랫말이 반칙하고 있는 사례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마음을 적시는 대중가요는 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불릴 수 있다. 우리말이 깨끗하게 전승될 수 있도록 노랫말을 짓는 분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