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
땅을 쳐다보며 걸을 수 있을까?_성기지 학술위원
허술한 재난 관리 체계로 수백의 꽃다운 생명이 눈앞에서 허무하게 스러져 가고, 동부전선에선 아군의 총부리가 동료들을 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총리 후보 지명자가 또 한번 여론의 몰매를 맞고 물러나,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아직까지도 총리를 못 구하는 기막힌 일을 당하고 있다. 이 모든 시름을 잠깐 잊게 해주리라 기대했던 태극 전사들도 국민을 위로하지 못하였다. 길고 깊은 불황의 그늘에서 희망을 보기 힘들었던 서민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친구가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 것을 보고, “무슨 고민이 있기에 땅만 쳐다보며 걷니?”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얼른 들어서는 자연스러운 말이지만, 이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쳐다보다’ 하는 말은 “얼굴을 들고 올려다보다.”는 뜻인데, 걸어가면서 땅을 올려다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개를 숙이고 걸을 때에는 땅을 ‘내려다본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무슨 고민이 있기에 땅만 내려다보며 걷니?” 하고 고쳐서 말해야 한다.
비슷한 말 가운데, ‘내다보다’가 있다. 안에서 밖을 보는 것을 ‘내다보다’라고 하며, 반대로 밖에서 안을 보면 ‘들여다보다’라고 한다. 안에서 밖을 보면 먼 데까지 보이기 때문에 ‘내다보다’는 “멀리 앞을 보다”는 뜻도 가지고 있고, 거꾸로 밖에서 안을 보는 ‘들여다보다’는 “가까이서 자세히 살피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밖에서 안을 보든, 안에서 밖을 보든 상대가 모르게 숨어서 보게 되면 ‘엿보다’라고 말한다.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