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어줍다’와 ‘어쭙잖다’
우리말에 ‘어줍다’는 말이 있다. 서투르고 어설픈 것을 표현할 때, 또는 어쩔 줄을 몰라 겸연쩍거나 어색한 모습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남자가 맞선을 보면서 시선 처리를 잘 못하고 말을 더듬는다든지 하면 “그 남자는 맞선을 보면서 무척 어줍어했다.”라고 쓸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어줍다’는 말은 ‘수줍다’와 비슷한 점이 있다. ‘수줍다’는 “숫기가 없어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하다.”는 뜻으로, “그 여자는 맞선을 보면서 몹시 수줍어했다.”처럼 쓰인다. 그러니까 어줍은 남자와 수줍은 여자가 맞선을 보게 되면, 얼마나 어색한 자리가 될 것인가.
우리는 ‘어줍게’보다는 ‘어줍잖게’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바른 표현이 아니다. ‘어줍다’가 “서투르고 어설프다”는 뜻이니까 ‘어줍잖다’라고 하면 그 반대인 “세련되다”는 뜻을 나타내야 이치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서투르고 어설픈 것을 표현할 때 ‘어줍잖다’, ‘어줍잖게’처럼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연하게’라고 말해야 할 자리에 ‘우연찮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줍다’는 표준말이지만, ‘어줍잖다’는 표준말이 아니다.
그런데 ‘어줍다’와 비슷한 말로 ‘어쭙잖다’라는 말이 있다. 아주 서투르고 어설플 때, 또는 비웃음을 살 만큼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할 때 ‘어쭙잖다’라는 말을 쓴다. 가령 “그런 어쭙잖은 실력으론 우리 회사에서 배겨나지 못할 거야.” 한다든지, “변변한 벌이도 없으면서 어쭙잖게 자가용을 몰고 다니냐?”라고 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때의 ‘어쭙잖다’를 ‘어줍잖다’로 잘못 발음하고 있는 것이다.
성기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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