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압화와 누름꽃]
안녕하세요.
오늘은 다시 덥다죠? 걱정입니다.
어제 자료 찾을 게 있어 누리집을 좀 싸돌아 다니다 보니 구례군에서 대한민국 압화대전을 했다는 게 나오네요. 오늘은 '압화'를 알아볼게요.
'압화'는 꽃이나 식물 따위의 수분을 없앤 뒤 말려서 눌러 꽃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Pressed flower라고 하는데 이 말을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압화(押花)'라고 한 게 굳어진 겁니다. 1980년대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하고, 1990년대부터 일반에 퍼지기 시작했나 봅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받아들이면서 왜 그런 한자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압화라 하지 않고 '누름꽃'이라 하거나 '꽃누르미'라고 합니다. 한국꽃누르미협회도 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압화, 누름꽃, 꽃누르미 모두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요즘 국립국어원에서 사전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사전에는 '압화'를 넣지 말고 '누름꽃'과 '꽃누르미'만 넣기를 빕니다.
사회에서는 압화를 덜 쓰고 꽃누르미와 누름꽃을 쓰려 힘쓰는데, 국가기관에서 사전을 만들면서 압화는 표제어로 올리고 꽃누르미와 누름꽃을 빼버리지는 않겠죠?
내친김에 하나 더 볼게요. 야생화입니다. 야생화는 野生花로 들에 피는 꽃입니다. 이를 '들꽃'이라고 하면 더 멋진 향이 나는 것 같지 않나요?
구례군 야생화 압화대전보다는 구례군 들꽃 꽃누르미나 들꽃 꽃누름이 더 멋있지 않나요? 구례에 가면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야생화 압화전시관이 있습니다. 이것도 들꽃 꽃누르미 마당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야생화나 압화 보다는 들꽃과 꽃누름이 사람을 더 끌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왜 영어나 한자를 좇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집안에 멋진 수석이 있는데, 미국 개천에서 가져온 돌을 미제나 외국산이라고 좋아하는 꼴은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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