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4] 우리말) 작가의 의무

조회 수 5722 추천 수 0 2015.02.04 08:52:19

나는 작가가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표현함에 있어서 가급적 정확한 정보와 올바른 맞춤법 및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작가의 의무이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세교 님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작가의 의무,  영담 정 세 교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틀림’과 ‘다름’을 잘못 사용했다. 방송국에서도 이를 고쳐 주려고 출연자가 ‘다르다’는 의미를 ‘틀리다’로 잘못 말했을 때 자막으로 이를 수정해 주었다. 그런 노력 때문이었는지 요즈음은 많은 사람들이, 특히 TV 출연자들은 신경을 써서 ‘틀림’과 ‘다름’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나는 가족과 함께 TV를 보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분명히 TV 화면 속 출연자는 ‘짜장면’이라고 발음했는데 자막에는 ‘자장면’이라고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2011년까지만 해도 맞춤법 상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표준말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TV 출연자가 ‘짜장면’으로 발음을 해도 자막에는 ‘자장면’으로 수정해서 내 보냈다. 그러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는 ‘자장면’ 뿐만 아니라 ‘짜장면’도 표준말로 쓸 수 있게 하였다. 따라서 TV 화면에 굳이 자막을 넣으려면 출연자가 발음한 ‘짜장면’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삐지다’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도 표준말 맞춤법 상 작년까지는 틀린 표기였고, ‘삐치다’가 올바른 표현이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삐치다’라는 발음보다 ‘삐지다’라는 발음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2014년 말에 ‘삐지다’도 표준말로 등록되었다. 따라서 출연자가 ‘삐지다’라고 발음했다면 아예 TV 자막을 넣지 말든지 굳이 넣으려면 출연자가 말한 그대로 ‘삐지다’로 표기하는 게 옳지 않을까? 난 프로그램 연출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TV 자막 올리는 과정에서 잘못된 옛날 정보를 사용한 탓에 이러한 오류를 범했으리라 짐작한다.

표준말이란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 집단에서 쓰는 서울말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짜장면’ 또는 ‘삐지다’로 발음한다면 ‘짜장면’ 및 ‘삐지다’도 표준말로 인정해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나는 사람들이 글을 쓸 때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하철과 전동차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월간문학 2015년 2월에 게재된 ‘애벌레’라는 작품 일부를 인용해 본다.
『(전략)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개찰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처럼 민첩했다. 계단을 내려가자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중략) 젊은 청년 몇이 달려가지만 막 ‘지하철’ 문이 닫히고 있었다. (중략) 잠시 뒤 전조등을 밝힌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후략)』

이후에도 전동차를 지하철로 잘못 표기한 부분이 많이 나왔다. 나는 이 소설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렸다. 나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내가 지하철 역 안에서 보거나 들은 말은 ‘전 역에서 전동차가 출발했습니다.’ 또는 ‘본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으므로 타고 내리실 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등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철이라 함은 ‘대도시에서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빠른 속도로 운행하고자 땅속에 터널을 파고 부설한 철도 및 그 시스템’을 말한다. 이와 반면에 전동차는 ‘전동기 및 전동기 제어용 장치를 설비하여 동력차로서 부수차를 끌거나 단독으로 달리는 전차’를 뜻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타고, 움직이고, 내리는 것은 ‘지하철’이 아니라 ‘전동차’가 올바른 용어가 아닐까?

나는 어느 유명 소설가의 작품을 읽다가 크게 잘못 된 부분 두 곳을 발견했다. 하나는 고려시대 말기 개성의 선죽교에서 이방원 일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이 최 영 장군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고(실제로는 포은 정몽주), 또 하나는 경상남도 산청군을 경상북도 산청군이라 서술해 놓은 것이다. 그 부분을 발견하니 그 소설가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져버렸다. 나뿐만 아니라 어느 작가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다가 사실관계가 틀린 말이나 단어가 나오면 그 작품을 더 이상 읽지 않고 덮어버린다고 했다. 작가가 최선을 다해 글을 쓰지 않고 대강대강 쓴 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덧붙여 작가는 독자에게 잘못 된 정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가 쓴 글의 궁극적 목표는 활자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 아닐까? 어느 작가가 고의든 아니든 잘못된 정보를 쓰거나 올바르지 않은 용어를 사용했을 때 다른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 훗날 그 아이가 자기가 알고 있던 정보나 용어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누구를 원망할까?

예전에는 작가가 자기 작품을 활자화한다는 것 자체를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했다. 자기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 또 한 번 공개된 작품은 모두 수거하여 폐기하지 않는 한 영원히 그 작가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따라서 대부분의 작가는 작품 하나를 완성할 때 오랜 기간의 퇴고 과정을 거친다. 또 퇴고 과정이 끝났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작품이 공개될 때까지 철저한 교정 작업이 이루어진다. 완벽을 추구하는 작가의 경우 7, 8교 이상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세상이 바뀌어 그런지 요즈음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외부로 손쉽게 공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글들은 많은 경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무시하기 십상이고, 일부 젊은 사람들만 아는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 사용한다. 그런데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가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탓할 수 없겠지만 우리말의 근본을 어지럽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작가가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표현함에 있어서 가급적 정확한 정보와 올바른 맞춤법 및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작가의 의무이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문제를 냈습니다]

안녕하세요.

덥다 덥다 하면서도 시간은 잘 갑니다.
벌써 금요일이잖아요. 
저는 내일 이천 누나네 밭에 놀러 갈 겁니다. 애들과 함께 흙에서 좀 뒹굴어야 힘이 날 것 같습니다. ^^*

오늘은 오랜만에 문제를 하나 낼게요.

텃밭이 뭔지는 다 아시죠?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을 뜻하며
텃밭을 가꾸다, 뒷마당에 텃밭을 일구다, 마당에서부터 텃밭을 지나 대문간까지...처럼 씁니다.

이 '텃밭'은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지만 울타리 '밖'에 있는 밭입니다.
우리말에 울타리 '안'에, 담 안 마당 한구석에 있는 밭을 뜻하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를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게 오늘 문제입니다.

설마 그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죠. 있으니까 제가 문제를 냈죠. ^^*

문제 답을 가장 먼저 보내주신 한 분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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