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애오라지]
안녕하세요.
주말 잘 쉬셨나요? 저는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몽산포 해수욕장에서 이틀 보내면서 오랜만에 텐트에서 잠도 자고, 주말에는 고향에 가서 벌초도 하고, 어머니 모시고 대흥사 골짜기에다 발도 담그고 왔습니다.
우리말에 '애오라지'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어찌씨(부사)로 '겨우'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주머니엔 애오라지 동전 두 닢뿐이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자가 애오라지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처럼 씁니다. 또, '오로지'나 '오직'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애오라지 자식을 위하는 부모 마음, 그의 핼쑥한 표정이 애오라지 미순이 자기의 문제 때문만이 아님을 그녀는 또한 알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좀 쉽게 풀자면, 아주 넘쳐 남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적당한' 정도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저는 애오라지(겨우)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휴가를 다녀왔지만, 애오라지(오로지) 식구와 함께하는 시간이라 참 좋았습니다. ^^*
애들과 맘껏 놀고, 아내와 이야기도 하고, 틈을 내 장석주 님의 '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읽었습니다. 빠른 것만 찾는 요즘, 최고와 일등만 찾는 요즘, 휴가 가서 읽어볼 만한 책으로 그 책을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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