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자치동갑과 어깨동갑]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의 답은 '옷깃차례'입니다. 이런 멋진 말은 일부러라도 쓸 일을 만들어서 써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답을 보내주신 분께 오늘 오후에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요즘 대학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죠? 저 대학 다닐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얼굴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도 있고, 휴학 마치고 복학하신 분도 있고...
그런 분들과의 첫 자리는 언제나 어색합니다. 서로 눈치 보며 나이를 가늠하느라 바쁘죠. 그러다 어느 정도 상대를 파악하면 술잔이 오가면서 말을 놓을 사람은 놓고 높일 사람은 높이고... 우리말에 '자치동갑'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자치는 차이가 얼마 안 된다는 뜻이고, 동갑은 나이가 같다는 뜻이니 자치동갑은 얼마 차이가 안 나거나 비슷한 나이를 뜻할 겁니다. 사전에도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이라 풀어놨습니다.
그렇게 보니 좀 이상하네요. 동갑은 나이가 같은 것인데,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이 말이 되나? ^^*
비슷한 뜻을 지닌 낱말로 '어깨동갑'도 있습니다. 어깨 높이가 비슷한 나이 또래라는 뜻을 담고 있을 겁니다.
'어깨'가 힘이나 폭력 따위를 일삼는 불량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보니 같은 시기에 불량배가 된 친구를 '어깨동갑'이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
저는 어깨동갑이건 자치동갑이건 생물학적인 나이 차이가 그리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고마울 때는 고맙다고 이야기할 줄 알며, 불쌍한 사람을 보면 가슴아파할 줄 알고, 미안한 일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알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크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사람을 우러러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자치동갑의 '자치'는 "한 자쯤 되는 물건"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얼마 안 되는 것이라는 뜻이 따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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