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3] 우리말) 지반침하와 땅꺼짐

조회 수 4974 추천 수 0 2015.04.03 09:13:44

지반침하라고해도 알아듣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땅꺼짐이라는 우리말을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뉴스에서 들으니 서울 어떤 길 한복판에서 땅꺼 꺼지는 바람에 승용차가 빠졌다고나오네요.
기자는 '지반침하'와 '땅꺼짐'을 번갈아 썼습니다.

지반침하라고해도 알아듣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땅꺼짐이라는 우리말을 쓰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알기 쉬운 말과 글이 중요한 까닭]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312043005&code=990100

올 1월 말에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심장이 멎어 위험에 빠진 승객을 다른 승객과 역무원들이 살린 일이 있었다. 그때 사용한 ‘자동심장충격기’가 너무 어려운 말로 표시돼 있어서 지하철역마다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처음에는 ‘A.E.D.’라는 로마자 약어만 눈에 띄고 작은 글씨로 그 밑에 ‘자동제세동기’라고 적었던 이 정체모를 장비가 위급상황에서 사람을 살리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사고가 났을 때 응급조치에 앞장섰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원이 이 장비가 있다고 일깨워준 덕에 재빨리 사용했다고 한다. 물론 역무원들이 그런 장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다만 평소에 너무나도 낯설고 어려운 말로 표시돼 있던 이 장비가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운 이름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나는 정부와 서울시에 몇 차례 지적했었다. 서울시는 2014년에 행정용어 79개를 쉬운 말로 바꾸면서 자동제세동기라는 말 대신 자동심장충격기라는 말을 사용하라고 발표했다. 그래서 지금 서울 지하철 1~4호선 역에는 딱지를 붙여 바꿔 놓았고, 도시철도 5~8호선 역에는 아직도 예전 그대로다. 한글문화연대에서 공문을 보내 확인했더니 도시철도공사도 표현을 바꾸겠다고 답해왔다.

어려운 말이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조금씩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 같다. ‘스크린 도어’를 ‘안전문’으로 바꾸었을 때 시민들이 반기던 모습이나 이번 홍제역 사건을 마주하고 시민들이 ‘자동제세동기’라는 말에 보인 뜨악한 반응이 그렇다. 하지만 송파에서 땅이 꺼져 큰 구덩이가 생긴 것을 ‘싱크 홀’이라고 보도하던 언론의 말버릇은 여전하다. 최근 신촌에서 땅이 꺼지는 바람에 생긴 구덩이 때문에 사고가 난 사실을 보도할 때에도 ‘싱크 홀’이라고 사용한 언론이 많았다. 그것이 설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쓰는 말일지라도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는 알아듣기 쉬운 말로 바꾸어야 한다. 어려운 말은 행정에서든 기업활동에서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이 “무너진 삼풍백화점, 시민들의 기억으로 다시 세웁시다”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낸 사업의 이름은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이고, 그 내용 가운데에는 “그날의 아픔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하여…”라는 말이 나온다. 이 사업은 삼풍백화점 사고를 당했던 생존자와 유가족, 당시 봉사자나 구조대로 일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고 보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카이빙’이라는 낯선 외국어 낱말을 사용해 목적을 밝히면 그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목적이 제대로 들어올 리 없다. 이런 낯선 외국어 낱말도 문제지만,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여기서 ‘인’은 한자로 적어 재단의 국제
감각을 한껏 뽐냈다)처럼 우리말로 ‘서울의 기억 남기기’라고 해도 충분할 것을 외국어로 포장해 정체를 아리송하게 만드는 것 역시 이 사업의 값어치를 떨어뜨리고 시민의 협조나 참여를 막는 짓이다. 쉬운 외국어 낱말일지라도 이를 남용하면 곧 낯선 외국어도 거리끼지 않고 사용하게 되며, 이는 외국어를 잘 모르는 국민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모두가 반대한다고 뜻을 모았다. 어린 시절에 한자를 배워야 하느냐의 논란 이전에 우리의 문자 환경에 한자를 다시 끌어들이는 게 문제인 까닭도 앞의 사정과 같다.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한자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자꾸 한자를 앞세우려 할 것이다. 국한문혼용을 거리끼지 않을 사람도 나타날 수 있다. 문자 환경이 그렇게 어지러워지면 당연히 국민의 안전과 권리와 참여에 구멍이 난다. 공공언어가 알기 쉬운 말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과 개인의 취향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맘눈]

안녕하세요.

제 친구 가운데 승환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니며 그 친구가 반장을 할 때 저는 부반장을 했습니다.
사는 마을은 다르지만 그 친구 어머님과 저희 어머니가 같은 시기에 부녀회장을 해서 서로 잘 아십니다.
제가 애 못 낳고 고생할 때 가끔 위로도 해 줬고,
제가 애 낳았을 때 가장 먼저 축하해 준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결곡하여 어디 하나 버릴 데 없는 친구입니다.
(결곡하다 : 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인천에 살며 명절 때면 저희 어머니 선물을 따로 보내줄 정도로 마음자리가 고운 친구입니다.
(마음자리, 맘자리 : 마음의 본바탕)

어렸을 때는 홀쭉했는데 지금은 제법 사장티가 나며 납대대합니다.
하긴 어렸을 때도 얼굴이 시커멓고 작아 나뱃뱃했습니다.
(납대대하다, 나부대대하다 : 얼굴이 동그스름하고 나부죽하다.)
(나뱃뱃하다 : 작은 얼굴이 나부죽하고 덕성스럽다.)

그런 친구가 사업이 부도 났다고 어제 연락을 했네요.
마음눈이 트인 친구인데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마음눈, 맘눈 : 사물을 살펴 분별하는 능력, 심안)
아내와 상의해서 월세방이라도 들어갈 돈을 마련해서 보내줬습니다.
제 월급의 반이니 저에게도 큰돈이지만 그 친구에게는 더 큰 힘일거라 생각합니다.

두 눈이 때꾼한 채 여기저기 싸돌아다닐 친구를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지네요.
(때꾼하다, 떼꾼하다 : 눈이 쏙 들어가고 생기가 없다.)
(갈쌍하다 : 눈에 눈물이 자꾸 넘칠 듯이 가득하게 고이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아무쪼록 제 친구 승환이가 하루빨리 일어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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