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그제 보내드린 편지에서 외래어를 적을 때 쟈져죠쥬와 차쳐쵸츄를 쓰지 않고 자저조주와 차처초추를 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소리가 거의 같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 편지를 보시고 프랑스에 사시는 분이 답장을 보내주셨기에 허락을 받고 함께 읽고자 합니다.
보낸사람 : 모니카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에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ㅎㅇ라고 합니다. 한국을 떠난 지는 꼭 30년이 되었고 그 동안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한글 학교 개교 후 10년간 운영하고 교사로도 활동했습니다. 이전에 수원에 성 박사님을 뵈러 간 적도 있지요. 우리말 편지를 꾸준히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어와 외국어를 가르치면서 우리말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좀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말 발음의 빈곤화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서울 분이라 제가 어릴 때 ㅔ 와 ㅐ 구분을 확실히 하셨는데 제가 자란 곳이 부산이다보니 사람들이 그 구분을 하지 못했습나다. 근데 한 세대가 지난 현재 그 구분을 하는 사람은 대한 민국에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들 조차도 이젠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개념조차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프랑스어에는 그 구분이 확실히 있어 다시 역으로 왜 우리말엔 그 구분이 없어졌을까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보내 주신 글이 저 / 져, 조 / 죠, 주 / 쥬, 자 / 쟈 가 발음의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 그건 좀 틀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두 번째 발음은 확실히 첫 번째와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혀가 천장에 닿는 소리기 때문이죠. 프랑스에서는 좀 젖은 발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건 마치 우리 말을 로마자로 표기할 때 된소리를 못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등 된소리 나는 외국어가 수없이 많은데 왜 확실히 구분 지어지고 좀 더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경음과 격음의 확실한 차이를 무시하고 격음으로만 표시하라고 하는지 난감하 기만 합니다. 그러고도 우리 나라말은 발음할 수 있는 영역이 그 어느 언어보다 많다고 자랑스럽게 말 하는 것은 좀 역설적이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좋은 답장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