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아침결]
안녕하세요.
어제 제가 실수를 했네요. '해맞이'를 '해맏이'라고 썼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숙직서고 일어나자마자 편지를 쓰다 보니 해맞이와 해돋이가 머리속에서 얽혀 있었나 봅니다. 헷갈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걱정이네요. 이제야 집에 들어가는데 지금 제가 맨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
'아침결'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아침때가 지나는 동안'이라는 뜻입니다. 아침 기분이 사라지기 전이나 낮이 되기 전이라는 뜻이겠죠.
지금은 동트기 직전이니 '새벽'이나 '갓밝이'이고, 날이 밝아온 다음부터가 아침결입니다.
'결'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라는 뜻이 있어, 결이 고운 비단, 결이 센 나무, 결 좋은 머리카락처럼 씁니다. 또, 성격도 결이라고 합니다. 결이 바르다고 하면 성미가 곧고 바르다는 뜻이고, 결을 삭이다고 하면 성이 난 마음을 풀어 가라앉히다는 뜻입니다. 파동과 같은 흐름을 뜻하기도 합니다. 물결, 바람결, 숨결 따위가 그런 거죠.
'결'에는 오늘 말씀드릴 '때, 사이, 짬'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때의 결은 '겨를'의 준말입니다. 쉴 겨를 없이 일했다나 쉴 결 없이 일했다처럼 씁니다. 잠결, 귓결, 겁결, 얼떨결, 무심결 같은 게 모두 이 결에서 온 겁니다.
오늘 편지도 햇귀를 보기 전에 얼떨결에 쓰다 보니 실수할까 걱정입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