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7] 우리말) 숨탄것

조회 수 9664 추천 수 0 2015.06.22 11:31:43

우리말에 ‘숨탄것’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파리도 숨탄것이고, 모기도 숨탄것이며, 하루살이도 숨탄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숨탄것입니다.

안녕하세요.

1. 
“아빠, 이것도 아빠가 키우는 거예요?”
“응, 맞아.”
“알았어요. 그럼 죽이지 않고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할게요.”
며칠 전 다섯 살 배기 막내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희 집은 외딴곳에 있어 거미, 벌, 파리, 모기 따위가 많이 있습니다.
애들 건강에는 좋지 않겠지만, 그런 벌레들도 다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겠기에 함부로 죽이지 않습니다.
애들에게는 제가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이라고 이야기하고, 파리도 엄마와 아빠가 있을 것이기에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애들도 그런 뜻을 알고 파리를 죽이지 않고 집 밖으로 몰아냅니다. ^^*

2.
어제 저녁에 상가에 다녀왔습니다.
대천을 다녀왔는데, 아침에 보니 차 앞쪽에 하루살이 따위가 시커멓게 붙어 있네요.
제가 운전하면서 수많은 생명을 죽였습니다. 
저는 애들에게 벌레를 죽이지 말라고 하면서, 저는 수많은 숨탄것을 죽였네요.

3.
우리말에 ‘숨탄것’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파리도 숨탄것이고, 모기도 숨탄것이며, 하루살이도 숨탄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숨탄것입니다.
자연에서 보면, 큰 틀에서 보면, 파리나 저나 뭐가 다르겠습니까. 다 같은 숨탄것일 뿐이죠.

오늘하루,
너무 아웅다웅하며 살지 않고자 합니다.
뭔가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다 뭔가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같은 숨탄것으로서 맑게 살고자 애쓸 뿐입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한철과 제철]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을 것 같죠?

오늘은 우스갯소리로 시작할게요.
한 십여 년쯤 전에 유행했던 겁니다.

"친구야, 포항제철에서 전화 왔더라."
"뭐라고 하던?"
"응, 너 철 좀 들라고...^^*"

'철'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앞에서 보기로 든 우스갯소리에 나오는 철은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을 뜻합니다.
철에는 철이라는 뜻도 있고,
한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라는 뜻도 있습니다.
모심기 철, 벼 베기 철, 이사 철처럼 쓸 때의 철입니다.

이 '철'이 좀더 나가면 '한철'이 됩니다.
"한창 성한 때"라는 뜻으로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할 때의 한철입니다.
제철도 있습니다.
"알맞은 시절"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제 일터에 단풍이 제철입니다.
와서 구경하세요.

철 묵은 색시 가마 안에서 장옷 고름 단다는 익은말이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정작 일이 닥쳐서야 당황하여 다급히 서두르는 경우를 비꼬아 이르는 말입니다.
더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농촌진흥청으로 오세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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