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숫눈]
안녕하세요.
일요일 아침 9:07, MBC, '1Km'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km가 맞습니다. 일요일 아침 11:32, KBS2, '제 2호'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차례'를 뜻을 더하는 '제'는 뒤에 오는 낱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제2호'가 바릅니다.
오늘 아침 7:07, SBS '잔불'이라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또 사전을 꼬집어야 하기에...
그건 그렇고, ^^* 어제 제가 사는 동네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어제가 절기로 대설이었는데, 대설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첫눈이었습니다. 바로 애들과 함께 밖에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 속이 없어서 그런지 저는 눈을 보면 이렇게 좋습니다.
오늘은 첫눈을 알아볼게요. 첫눈은 '그해 겨울에 처음으로 내리는 눈'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니 초설(初雪)이라 풀어놨네요. 과학적으로는 눈이 몇 cm넘게 쌓여야 첫눈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 눈이 바닥을 다 덮으면 그게 첫눈 인 것 같습니다.
'숫눈'이라는 멋진 말이 있습니다.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을 뜻합니다. 새벽에 나가보면 눈이 소복이 쌓여 있죠? 아무도 밟지 않은 바로 그런 눈을 숫눈이라고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숫'은 '더럽혀지지 않아 깨끗한'이라는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숫처녀, 숫총각...에 다 그런 뜻이 있습니다. 그러나 숫놈은 다릅니다. 암컷이 아닌 수컷을 이르는 '숫놈'은 일단 잘못된 말입니다. 짐승의 수컷은 '숫놈'이 아니라 '수놈'입니다. 그리고 놈이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숫놈'이라면 '내가 만난 첫남자'쯤으로 억지를 쓸 수 있겠지만 그런 낱말은 없습니다. ^^* 아예 '숫놈'이라는 낱말은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어제 저는 애들과 함께 숫눈을 밟으며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발길로 숫눈을 '헌눈'으로 만들며 재밌게 놀았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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