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풋낯과 풋인사]
안녕하세요.
제 일터에는 '가정의 날'이라는 날이 있습니다. 한 주 걸러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그날은 모두 7시에 퇴근합니다. 말이 좋아 가정의 날이지 실은 집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더군요. 공식적(?)으로 일찍 퇴근하여 맘 편하게 목운동을 하는 날이죠. ^^* 그러다 보니 일터 앞 식당 골목에 가면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잘 아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은 얼굴만 겨우 아는 사이고...
우리 말에 풋낯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풋'이 몇몇 이름씨(명사) 앞에 붙어 '처음 나온', '덜 익은', '미숙한', '깊지 않은'이라는 뜻을 더합니다. 풋가지, 풋감, 풋거름, 풋고추, 풋곡식, 풋나물, 풋내, 풋사과, 풋잠 따위가 그런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낯'은 얼굴입니다. 따라서 '풋낯'은 서로 낯이나 익힐 정도로 아는 것이나, 또는 그 정도의 낯을 뜻합니다. 어찌 보면 완전히 초면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면도 아닌 어정쩡하게 아는 그런 사이를 뜻합니다.
'풋인사'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겨우 낯을 아는 정도의 사이에서 주고받는 인사를 뜻합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풋낯인 사람을 만나면 먼저 가볍게 목인사라도 하는 게 자연스럽게 사람과 친해지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풋인사'를 나누다 보면 '풋낯'도 '익은 낯'이 되지 않을까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읽어보실만한 글이 있어 붙입니다. http://media.hangulo.net/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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