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죽음과 서거]
안녕하세요.
우리말에 죽음을 뜻하는 낱말은 무척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낱말만 모아봤습니다. 종교에서 따로 쓰는 낱말도 있고, 한자문화권에서 온 낱말도 있습니다.
기세(棄世) : 세상을 버린다. 영면(永眠) : 영원히 잠들다는 뜻으로 죽음을 뜻하는 말. 유명한 사람의 죽음 영서(永逝) : 영원히 간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작고(作故) : 고인(故人, 옛날 사람)이 되었다. 잠매(潛寐) : 잠들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승하(昇遐)/등하(登遐)/예척(禮陟)/척방(陟方) : 먼 곳에 올라가다. 임금이나 존귀한 사람이 세상을 떠남을 높여 이르던 말 기세(棄世) : 세상을 버린다는 죽음을 높이어 이르는 말 장서(長逝) : 영영 가고 돌아오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름 별세(別世) : 세상을 하직한다는 말로 죽음을 뜻함.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 사망(死亡) : 보통 사람의 죽음 사거(死去) : 죽어서 세상을 떠남. 사망 서거(逝去) : 사거의 높임말. 자신보다 높은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 타계(他界) : 다른 세계, 곧 저승. 어른이나 귀인의 죽음
종교에서는 좀 다른 뜻을 담습니다. 환원(還元) : 천도교, 본디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 입적(入寂) : 불교, 수도승의 죽음. 중이 죽는 것을 뜻함. 입멸(入滅), 귀적(歸寂), 적멸(寂滅), 원적(圓寂), 멸도(滅度) 등도 있음 열반(涅槃) : 불교,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나 완벽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석가모니를 비롯한 고승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천(召天) : 개신교,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는 뜻. 개신교에서의 죽음 선종(善終) : 천주교,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친다는 뜻의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
이 밖에도, 황제의 죽음을 뜻하는 崩御(붕어), 왕의 죽음을 뜻하는 昇遐(승하), 제후의 죽음을 뜻하는 薨去(훙거) 따위가 있으며, 평 관리가 죽으면 卒(졸)이라 쓰며, 녹을 타지 않고 죽는다는 뜻으로 선비의 죽음은 不祿(불록)이라 합니다. 금실 좋은 아내가 죽으면 현악기의 줄이 끊어진다는 뜻으로 斷絃(단현)이라 하고,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꽃잎처럼 흩어진다는 뜻으로 보통 군인의 전사는 散華(산화)라고 합니다. 죄를 지은 사람의 죽음은 物故(물고)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숨지다, 죽다, 돌아가시다 따위가 있으며, 제가 좋아하는 '흙보탬'도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누구나 사람은 다 죽습니다.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을 우러러 죽음 앞에 경건함을 갖추고 두려움을 없애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이를 높이는 것은 마땅하고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훌륭한 일을 하고 가신 분이라면 높고 귀한 낱말로 우러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죽음을 이르는 낱말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은 다 같이 귀합니다. 우리 모두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합시다. 나중에 한 줌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잘 다듬어 곱게 쓸 수 있게 내 삶을 사랑합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