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머물다와 머무르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6월 말입니다. 오늘 날짜로 퇴직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그 바람에 저도 이번에 다른 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연구소로 돌아와서 15일 정도 있으면서 제 나름대로 앞날 계획을 세워 놨는데... 그걸 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다른 부서에서 일하라네요. 쩝... 제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짓기는 많이 지었나 봅니다. 본청에서 3년을 기획업무만 했는데, 연구소에 돌아와서도 또 기획실로 가라니...
잠시 기획실에 머무르다 돌아오겠습니다. '잠시'는 "짧은 시간"인데, 저에게는 한 2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머물다'는 말이 있습니다. '머무르다'의 준말입니다. '머물르다'는 "도중에 멈추거나 일시적으로 어떤 곳에 묵다."는 뜻과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일정한 수준이나 범위에 그치다."는 뜻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것이고요. ^^* 머무르다의 준말인 머물다에 홀소리 씨끝(모음 어미)이 올 때가 문제입니다. 우리말에서는 홀소리 씨끝 앞에서는 준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곧, 어떤 낱말 뒤에 홀소리 씨끝이 오면 준말을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머물러, 머물렀다는 쓸 수 있지만, 머물어, 머물었다는 쓸 수 없습니다. 서루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 가지다/갖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헷갈리신가요? 제가 2년 정도 기획실에 '머물러야' 하지만 제 꿈이 거기서 '머무르지'는 않을 겁니다. ^^* (쥐뿔도 없으면서 말은 좀 거창한가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