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시가와 시가]
안녕하세요.
어제 사이시옷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합성에만 사용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이시옷 이야기 하나 더할게요. 우리말에 한자에서 온 게 많다 보니, 합성어도 그런 게 많습니다. 횟집에 가면 가격판에 '싯가'라고 쓰인 것을 보셨을 겁니다. 이는 시장에서 상품이 매매되는 가격인 시장(市場) 가격(價格)일겁니다. 이를 합쳐 市價가 된 거죠. 이를 '시가'라고 해야 할까요, '싯가'라고 해야 할까요?
소리는 비록 [시:까]로 나지만 '시가'라고 적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맞춤법 규정에 아래 여섯 가지 말고는 한자어 - 한자어의 합성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딱 여섯 가지 경우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한자어 - 한자어의 합성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무슨 수준 높은 논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위에 있는 여섯 낱말 말고는 사이시옷을 쓰면 안 됩니다. 따라서 시가, 대가, 소수, 호수, 이점, 대수, 초점이라 써야 바릅니다. 시가가 市街인지 市價인지 모르겠고, 대가가 大家인지 代價인지, 소수가 小數인지 素數인지, 호수가 湖水인지 戶數인지, 이점이 二點인지 利點인지, 대수는 代數인지 臺數인지 나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애매한 규정 때문에, 한자 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드는 보기가, '소장이 법원에 갔다.'가 무슨 말이냐는 것입니다. 연구소 소장이 법원에 갔다는 말인지, 공소장을 법원으로 보냈다는 말인지 모르니 한자를 써서 뜻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문제만큼은 국어학자들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제 생각에...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