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레바가아니라 손잡이]
안녕하세요.
비가 조금씩 오네요.
1.
어제는 국회의사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 표(식권)에 조식, 중식, 석식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조식, 중식, 석식보다는 아침, 점심, 저녁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라는 뜻도 있지만, "아침밥"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저녁'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식과 중식은 사전에 올라 있지만, '석식'은 사전에도 없습니다.
2.
밥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소화기 위에 소화기 사용법을 써 놓은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1. 소화기를 화재 장소로 운반
2. 안전핀을 뺀다
3. 분사구를 화원으로 향한다
4. 레바를 꽉 웅켜쥔다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운반' 대신 '옮긴다'고 쓰고,
'화원' 대신 '불난 곳'이라고 쓰며,
'레바' 대신 '손잡이'를 써야 한다는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웅켜쥔다'는 '움켜쥔다'로 바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바'도 '레버'가 맞습니다.)
3.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서 보니,
승강기 이용 안내에
'-조심하십시요', '-사용하십시요'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조심하십시오'와 '-사용하십시오'가 바릅니다.
더는 나가지 않겠습니다.
힘없는 말단 공무원이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