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0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약오르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천 누나네 밭에 가서 애들과 같이 놀다 왔습니다.
우리 사전에서 '약'을 찾아보면 12가지 뜻이 나옵니다. 우리는 아팠을 때 먹는 '약'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약'의 첫 번째 풀이가 "어떤 식물이 성숙해서 지니게 되는 맵거나 쓴 자극성 성분"이라고 나옵니다.
어제 밭에서 딴 고추가 약이 올라 무척 맵더군요. 그걸 보고 장모님께서 고추가 약이 올랐다고 하시니까 애들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고추가 어디 아파서 약을 먹거나 바른 것이 아닌데, 왜 고추가 약이 올랐다고 하시는지... ^^*
'약'의 열두 가지 풀이 가운데, 9가지가 요즘 쓰이는 말이고, 3가지는 옛말인데, 요즘 쓰이는 9가지 뜻풀이 가운데 고추가 매워진다는 뜻만 우리말이고 나머지 8가지는 한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먹는 약과 대략을 뜻하는 관형사밖에 떠올리지 못할까요...
아침에도 한창 약오른 고추를 먹었더니 지금까지 입안이 얼얼한 것 같네요.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