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씨가 무척 춥네요.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로 몸을 좀 풀어줘야 하는데...
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나머지 부분. 뼈,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 '서덜'입니다. 이 서덜을 넣고 끓인 탕이 '서덜탕'입니다. '서더리탕'이 아닙니다. ^^*
이렇게 추운 날은 퇴근길에 뜨끈한 서덜매운탕에 소주 한잔하면 딱 좋겠습니다. ^^*
오늘자 아주경제에 실린 제 기고문을 소개합니다. http://www.ajunews.com/view/20170123132910797
[충정로칼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고객서비스의 중요성 물건파는데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
설 제수를 준비하고자 딸내미와 함께 필자가 사는 전주 남부시장에 들렀다. 조선시대 전주부성 남문 밖 장터가 모태인 남부시장은 800여 개 점포에서 채소, 과일, 음식, 건어물, 주단 등을 팔고 있다.
차를 세우고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가구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자개장 같은 전통가구는 물론이고 현대 가구까지 다양한 가구가 층층이 쌓여 있다. 가구점을 지나니 곡물거리다. 큰 통에 곡물을 부어놓고 그 위에 곡물 이름표가 올려져 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서 곡물이름표를 자세히 보고 계셨다. 더 들어가니 과일전이다. 과일을 담았던 박스를 엎어놓고 그 위에 과일을 담은 바구니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어물전이다. 스티로폼 박스를 엎어놓고 그 위에 올린 또 다른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넣고 생선을 올려놨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이렇겠지만, 필자는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의하여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신뢰에 기초하여 주로 전통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를 뜻한다. 자본집약적인 형태의 대형 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여러 소상공인이 모여 있기에 전통시장 이용은 지역경제와 서민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들어 지자체별로 전통시장 현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필자는 프로 씨름선수와 초등학생이 같이 경기에 나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소비 패턴은 사람들의 신체적 조건을 분석한 결과와 일치한다. 고객이 편안하게 상품을 볼 수 있도록 키, 팔 길이, 어깨 넓이, 손 크기 등을 고려해서 상품을 진열한다. 그래서 대형마트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판매대는 고객의 심장보다 높지 않게 되어있다. 그러나 필자가 들른 시장에서는 내 키보다 큰 가구가 나를 맞이했다. 당연히 주눅이 들고 불안해진다.
현재 국내 백화점의 판매대 높이는 82cm이다. 고객이 서서 상품을 살펴보기 가장 편안한 높이라고 한다. 10년 쯤 전에는 판매대 높이가 79cm였는데, 고객 평균 신장이 커짐에 따라 발빠르게 매대 높이를 올렸다. 그러나 필자가 들른 시장에서는 아주머니가 쪼그리고 앉아서 곡물을 보고, 상자를 뒤집어 놓고 그 위에 상품을 올려놓은 과일전과 어물전의 높이도 50cm 정도에 불과했다.
휴대전화를 파는 애플 매장에서는 기계를 60cm간격으로 전시해 놓는다. 사람들의 평균 어깨 넓이가 45cm정도 되기에 옆에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제품을 만져보라고 그렇게 간격을 떼 놓은 것이다. 제품도 진열대 모서리에서 16cm만큼 들어가서 놓여 있다. 사람 손바닥 길이가 평균 16cm쯤 되니, 그 정도는 안쪽으로 넣어둬야 고객이 편하게 제품을 만져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들렀던 시장에 있는 어물전은 최대한 많이 늘어놓으려 애쓴 흔적만 보였다.
백화점에서는 빨간 사과를 초록색 바구니에 담거나, 사과 옆에 초록색 잎사귀를 둔다. 사과색과 보색인 초록색이 사과를 더 싱싱하게 보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생선은 차가운 색상인 푸른색 위에 진열한다. 물, 하늘, 얼음 등을 암시하는 차가운 색상이 생선을 훨씬 싱싱하게 보이도록 하게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들렀던 시장은 빨간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사과를 쌓아뒀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상품을 크기별로 진열한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가장 빨리 인지되는 것은 크기가 아니라 색상이므로 색깔별로 상품을 분류해서 크기에 따라 수직으로 진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형 마트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많은 전통시장이 그런 눈치가 없을 뿐이다.
시장은 창고가 아니다. 그저 상품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절대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없다. 편안한 쇼핑을 위해 상품 진열에서부터 시선을 잡아 고객이 오래 머무르도록 해야 한다.
고객은 서비스 하나에 끌려 그 시장을 다시 찾게 되고, 디자인 하나에 눈길이 꽂혀 또 가게 된다. 그러니 물건을 잘 팔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인간의 움직임으로부터 빅데이터를 얻고, 그 패턴을 반영하여 공간을 만들어내야만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자료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전통시장에서 그걸 쓰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형 마트와 전통시장은 프로 씨름선수와 초등학생이 같이 경기에 나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 것이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연구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