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7] 우리말) 게정/어기대다

조회 수 8730 추천 수 0 2017.04.27 15:35:14

.

안녕하세요.

어제는 급하게 서울에 다녀오느라 편지를 못썼습니다.

어제 기차 안에서 읽은 재밌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1시간 있고, 그 해결책에 내 인생이 달려있다면, 
나는 우선 어떤 질문을 제기하는 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데 55분을 쓸 것이다.
일단 적절한 질문을 알기만 한다면 문제 해결엔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멋진 말입니다.
답이 아닌 질문을 배우는 것이 학문(學問)인가 봅니다.

어제부터 중학교 2학년 딸내미가 시험을 보고 있습니다.
내일 시험이 끝난다는데, 예쁜 장미 몇 송이 사다 주렵니다.
시험을 대신 봐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하는데 옆에 있어 줄 수도 없고...
그냥 안타까운 마음만 담아, 시험 끝났으니 향기나 실컷 맡으라고 꽃을 주려고 합니다.

제 딸은 요즘 한창 사춘기입니다.
그럼에도 게정치지 않고
(게정 : 불평을 품고 떠드는 말과 행동)
어기대지도 않으며,
(어기대다 : 순순히 따르지 아니하고 못마땅한 말이나 행동으로 뻗대다. )
대받지도 않습니다.
(대받다 : 남의 말에 반항하여 들이대다.)
그렇다고 수제비태껸을 하지도 않습니다.
(수제비태껸 : 버릇없이 함부로 대듦. 또는 그런 말.)
그러니 부집하지 않아 나중에 후회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부집하다 : 함부로 말을 하면서 싸움.)

지안아 고맙다.
지금은 공부가 힘들겠지만,
다 커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잘 지내자.
공부는 학생 때만 하는 것이 아니란다.
너 봐서 알듯이 아빠는 지금도 공부하고 있고, 가끔 시험도 보지 않니.
공부를 한꺼번에 다 해치우려 하지 말고,
삶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받아들이자.
모레 토요일에 1박 2일로 놀러 갈 생각하면서, 시험 마무리 잘하기 바란다.
^^*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해당화]
안녕하세요.

참으로 안타깝고 아쉽네요.
이번에는 잘 쏴 올릴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이렇게 서운한데,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실망이 크실까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다음에는 꼭 성공하시길 빕니다.

아침에 일터에 나오다 보니 가로수로 심어놓은 쥐똥나무에 꽃향기가 참 좋더군요.
쥐똥나무는 나무 열매가 쥐똥을 닮았다고 해서 쥐똥나무입니다.
이름은 그래도 꽃향기는 참 좋습니다. ^^*

며칠 전부터 저도 트위터를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로 소리, 영상은 듣거나 볼 수 있는데, 왜 냄새는 전달하지 못하죠?
쥐똥나무 꽃향기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

오늘은 우리말 이야기가 아니라 꽃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궁평항에 갔더니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더군요.
우리말의 말뿌리도 여러 가지 설이 있듯이,
꽃과 관련된 전설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해당화 전설 1
아주 먼 옛날 바닷가에 오누이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관청에서 누나를 궁녀로 뽑아 배에 태워서 데려가 버립니다.
누나를 잃은 동생을 몇 날 며칠을 울다 그만 그자리에 선 채로 죽고 맙니다.
나중에 그자리에 동생의 울음같이 붉은 한 송이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해당화라고 합니다.

해당화 전설 2
아주 먼 옛날 한 쌍의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며 바닷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큰 파도가 밀려와 두 사람을 덮치자
남자는 여인을 물 밖으로 밀어내고 자기는 그만 바다에 빠져 죽고 맙니다.
엉겁결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여인은 죽은 남자친구의 시신을 끌어안고 슬픔에 겨워 우는데,
그 눈물이 남자의 몸에 닿자 남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짙은 분홍빛의 애잔한 꽃이 피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해당화라고 합니다.

해당화 전설 3
당나라 현종 황제가 어느 따사로운 봄날 궁을 걷다가 혼자 걷기 심심하여 양귀비를 불러오라 이릅니다.
그때 양귀비는 전날 마신 술이 덜 깨 볼그레한 얼굴로 나타났는데,
현종은 이마저도 좋다고 그 아름다움(?)에 넋이 빠져 왜 아직도 잠이 덜 깼냐고 물으니
양귀비가 '해당의 잠이 아직 덜 깼다'고 말해 그때부터 현종이 양귀비를 해당화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당화가 잠든 꽃이라나 뭐라나... ^^*

고맙습니다.


보태기)
한용운 님의 해당화를 소개합니다.


해당화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도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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