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문화일보에 실린 기사를 함께 보겠습니다.
"한글은 묶여있는 영웅.. 잠재력 무궁무진" http://v.media.daum.net/v/20170913103027379?d=y
“언어는 인간 정신의 핵심,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의미와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언어는 혼(魂)의 기호다.” 전 세계 75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한글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 작가 고은 시인은 “역사성 안에서 모국어는 민족 혹은 인간의 자아 완성을 가능케 하는 힘”이라고 말했고, 중국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최초로 발견한 일본인 한국어학자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와세다(早稻田)대 명예교수는 윤동주 시인 육필 원고에 담긴 아름다움과 고뇌에 주목했다. 또 지난 45년간 한국어를 연구해온 알브레히트 후베 독일 본대 명예교수는 “한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펜(PEN)한국본부가 주관하는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석한 고은 시인은 13일 오전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모국어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한글의 우수성과 역사성, 모국어에 깃든 존재의 의미와 문화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나는 일제 식민지 후기 국민학교 1학년 수업부터 조선어 시간이 폐지된 첫해의 아동이었다. 일본어를 국어라는 이름으로 배웠고 교과과정 전체의 ‘국어상용(國語常用)’을 강요당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한국어를 없애고 한국인의 성명을 없애기 위한 일제의 최후수단이었다”면서 “문학이란 무엇인가. 모국어의 공간에서 모국어의 시간을 찾아내는 언어 행위”라고 말했다.
고 시인에 따르면 전 세계 7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세계의 화자 인구 상위권 15개어 중 12위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은 영어 지배의 영향 등으로 향후 100년 이내에 세계 언어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고 시인은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이외의 언어는 사어(死語)가 될 것을 슬퍼하고 있는데 이런 비관들은 지금껏 갖은 수난을 이겨낸 현대 한국어의 내일에도 얼비치는 바가 있다”며 “언어 없이 인간 존재는 성립되지 않고 모국어 없이 민족의 본연은 불가능하다.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는 하나의 언어 시장이 아니라 모든 언어의 존재로만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오무라 명예교수는 ‘원고로 읽는 윤동주 시’를 주제로 원고 상태의 윤동주 시편을 자세히 분석했다. 그는 “윤동주는 생전 12편의 시를 신문·잡지 등에 발표했고 나머지 112편은 모두 원고 상태로 남아 있다”며 “원래 완전한 무명시인이었던 윤동주가 서서히 민족시인으로서 정착된 것은 친동생 윤일주를 비롯한 수많은 이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무라 명예교수는 그러나 “원고의 정착 과정에서 윤동주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지방색은 희석됐을 가능성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윤동주 시를 논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어떤 형태의 시를 기반으로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완벽한 윤동주 정본 시집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논거로 그는 윤동주의 습작집, 자필 자선시집, 산문집 등을 하나하나 살폈다. 한국인도 구분하기 어려운 판본을 일일이 대조했다. 그는 “시집은 윤일주가 편찬한 정음사 출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 1999년 민음사가 출간한 ‘사진판 윤동주 자필시고전집’은 윤동주 시를 원고로 읽게 하는 기반이 됐다”고 평했다.
알브레히트 후베 명예교수는 ‘한글은 묶여 있는 영웅’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후베 명예교수는 1972년 뮌헨올림픽 때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지난 45년간 한국어 연구에 헌신했다. 이인직의 ‘혈의 누’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번역해 해외에 알렸다. 한국인을 뺨칠 만큼의 한국어 전문가다. 그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 24개(훈민정음 28개)가 컴퓨터상에서 구현되는 조합을 비교·분석해 “한글은 엄청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묶여 있는 영웅’은 한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많은 언어를 배웠지만 한글처럼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철학을 품은 문자는 유일무이하다”며 “한글의 발명은 문화정책 및 문자학적으로 현저한 업적”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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