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지난 2011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비명과 환호성] 안녕하세요.
오전에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딸내미와 병원에 잠시 다녀오느라 편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1. 오늘 아침 7:20에 SBS뉴스에서 "즐거운 비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비명'은 슬피 우는 소리이므로 '즐겁다'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기뻐서 크게 부르짖는 소리는 '환호성'입니다. 그러나 '즐거운 환호성'이라고 하면 뜻이 겹치게 되므로 그냥 '기뻐서 소리친다'나 '환호성을 지른다'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역설적으로 '즐거운 비명'이라고 써도 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시에서 쓴다면 모를까요. ^^*
2. 경향신문에 재밌는(?) 기사가 났네요. 저는 주말에는 한복을 자주 입는데요, 저 같은 사람은 신라호텔에 들어갈 수 없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식당도 있나 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4131057311&code=940100
3. 어제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다신 댓글 가운데 하나를 같이 읽어보고자 합니다.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는 영어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언어생활의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요즘 KBS 개그콘서트를 보면 '남하당 박영진 대표'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여자들이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면...도대체 소는 누가 키울 거야~소는!!!" 저는 한국사회의 영어 광풍이 이 개그와 꼭 같다고 봅니다.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하고, 모든 논문도 영어로 쓰고, 모든 회사 면접도 영어로 한다면...도대체 한국어는 누가 쓸겁니까?" 우리의 자랑스런 한글이,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2류, 3류 언어입니까? 영어에 대한 이 정신나간 집착과 편중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기원한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합니다. 그래서 업무상 하루종일 영어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긴 하지만,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는 '마인드'라고 할까요...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확연히 다른 차이가 있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우리처럼 '정'으로 사람을 대하는 문화와 개인(Individual)을 중시하는 서구 문화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영어로 강의를 백날 해봐야 절대로 '영어식 마인드'를 갖지 못합니다. 아무리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 해도 우리가 미국인이 될 수 없듯이. 또 금발의 파란 눈 백인이 아무리 한복을 입고 한국말을 잘 한다 해도, 뼛속까지 한국인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DNA는 서로 다르니까요...우리가 우리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혀(Mother Tongue)는 오로지 한국인의 피일 뿐이니까요. 한국어로 학술회의도 하고 논문도 쓰고 국제회의도 열리는 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4. 좋을 글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전에 일터에 나오지 않고 점심때 일터에 나오니까 늘 앉던 제 자리가 왠지 자리가 낯섭니다. 그리고 한복 입은 사람이 식당에 들어갈 수 없고, 영어로만 모든 수업을 하는 우리나라가 왠지 낯섭니다. 저만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