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2]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조회 수 6557 추천 수 88 2006.09.12 09:50:00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짜집기]

어제 한 잡지사에서 글을 좀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전화한 기자 말로는,
새로 쓸 것까지는 없고,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독자 수준에 맞게 짜집기해 달라더군요.
시간 많이 들일 필요 없이 그냥 짜집기해 달라고...

“직물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이나,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을
말하는 단어는,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입니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에 다른 조각을 대거나 또는 그대로 꿰매다”라는 뜻의 단어는
‘깁다’이지 ‘집다’가 아니잖아요.
당연히,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로 써야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310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8828
136 [2011/10/06] 우리말) 메우다와 메꾸다 모두 맞습니다 머니북 2011-10-06 6879
135 [2006/09/05] 우리말) 과일과 과실 id: moneyplan 2006-09-05 6886
134 [2013/09/13] 우리말) 고객관리 머니북 2013-09-13 6887
133 [2010/08/23] 우리말) 댓글 두 개 moneybook 2010-08-23 6891
132 [2009/10/23] 우리말) 하루가 되기는 싫습니다 id: moneyplan 2009-10-23 6894
131 [2010/10/01] 우리말) 빼닮다와 빼쏘다 moneybook 2010-10-01 6914
130 [2009/11/02] 우리말) 대강 넘기려고... id: moneyplan 2009-11-02 6915
129 [2014/08/11] 우리말) "찻잔 속의 태풍"은 바른 말일까? 머니북 2014-08-11 6917
128 [2017/11/27] 우리말) 오늘까지만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머니북 2017-11-27 6933
127 [2010/07/14] 우리말) 빠르면 오늘 소환? [1] moneybook 2010-07-14 6943
126 [2009/02/17] 우리말) 큰 별이 지셨네요 id: moneyplan 2009-02-17 6950
125 [2006/11/20] 우리말) 사바사바? 짬짜미! id: moneyplan 2006-11-20 6951
124 [2006/11/14] 우리말) 바람떡/개피떡 id: moneyplan 2006-11-14 6966
123 [2013/11/28] 우리말) 오지랖 머니북 2013-11-28 6968
122 [2006/11/24] 우리말) 싸다와 쌓다 id: moneyplan 2006-11-24 6977
121 [2007/01/31] 우리말) 회의자료 지참 --> 회의자료를 가지고 id: moneyplan 2007-01-31 6980
120 [2016/09/02] 우리말) 드레지다 머니북 2016-09-07 6982
119 [2016/03/16] 우리말) 홧홧 머니북 2016-03-18 6991
118 [2010/10/25] 우리말) 매무새와 매무시 moneybook 2010-10-25 6995
117 [2009/10/28] 우리말) 동서남북 id: moneyplan 2009-10-28 7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