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7] 우리말) 차지다/찰지다

조회 수 3858 추천 수 0 2015.12.28 07:17:55

.

안녕하세요.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무엇이든 '가져야' 할까?-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신문들의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영어식 표현이나 번역투 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숱한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우리말의 고유한 틀이 나날이 일그러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 가운데서도 “건전한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라든가, “소모임을 가졌다.”, “가진 사람들”처럼, ‘가지다’라는 말이 본뜻과는 다르게 매우 여러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심지어는 “다섯 남매를 가진 가장”과 같은 표현까지도 보인다. 이때의 ‘가지다’는 모두 우리말에 알맞지 않게 쓰인 사례들이다. 우리말에서 ‘가지다’는 “손에 쥐거나 몸에 지니다”라는 뜻으로 써 온 낱말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를 ‘차지하다’는 뜻으로 이 말을 써 왔다. 그런데 요즘 서양문화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면서부터, 온갖 것을 탐내어 가지고 싶어하는 속성에 따라 영어의 ‘have’를 직역한 ‘가지다’가 아무 곳에나 쓰이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생각을 가진 정치인”은 “건전한 생각이 있는 정치인”이라 하면 되고, “소모임을 가졌다.”는 “소모임을 열었다.”로, “가진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들”로 표현하면 된다. “다섯 남매를 가진 가장”도 “다섯 남매를 둔 가장”으로 해야 올바른 표현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의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는 문장도 “모든 국민에게 신체의 자유가 있다.”로 고쳐 써야 본디의 우리말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가져야(have) 하는 문화는 우리에게 맞지 않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6:48 MBC 뉴스에서
'애기'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기저귀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자막이 나왔습니다.
"어린 젖먹이 아이"는 아기입니다.
"막 태어난 아기"를 '아이'라고 하고 이 '아이'의 준말이 '애'입니다.
'아기, 아이, 애'라고 써야지 '애기'라고 쓰면 틀립니다.

그제 저녁에 집에서 손님을 치르느라 술을 좀 많이 마셨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우리말 편지도 못 썼죠.
그런 저를 두고 "선수가 왜 그리 아마추어처럼 마시냐."라는 분이 계시더군요.
왜 곧이곧대로 다 받아먹어 다음날까지 고생하냐는 말씀이십니다.
근데 어떡하죠? 저는 선수가 아니라 아마추어고, 선수보다 아마추어가 좋은데... ^^*

우리는
프로보다 기량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서툰 사람을 가리킬 때 '아마추어'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겨 하는 사람."이라 풀어놓고
'비전문가'로 다듬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아마추어는 '사랑하다'라는 라틴 어 '아마레(amare)에서 왔다고 합니다.
일에 대한 기량이나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에 임하는 정신과 태도의 차이가 아마추어와 프로(프로페셔널)를 가릅니다.

유명한 골프선수 바비 존스는 은퇴할 때까지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였습니다.
골프를 못 쳐서가 아닙니다. 바로 골프를 사랑해서입니다.
그 사람 말을 빌려오면,
골프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만약 그것이 돈을 버는 수단인 직업이 된다면 더는 골프를 사랑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제 밤에 아마추어처럼 술을 마신 게 맞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300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8712
136 [2017/02/21] 우리말) '2017년, 새롭게 인정받은 표준어는?... 머니북 2017-02-22 5430
135 [2017/02/22] 우리말) 역시 머니북 2017-02-22 4918
134 [2017/02/24] 우리말) 돌팔이와 단감 머니북 2017-02-24 5285
133 [2017/02/27] 우리말) 짊다와 짊어지다 머니북 2017-02-28 5357
132 [2017/03/06] 우리말) 홍두깨 머니북 2017-03-07 4373
131 [2017/03/07] 우리말) 혹은과 또는 머니북 2017-03-08 4886
130 [2017/03/08] 우리말) 주기와 주년 머니북 2017-03-09 5563
129 [2017/03/09] 우리말) '언어에 대하여' 머니북 2017-03-10 5245
128 [2017/03/10] 우리말) 교보문고 머니북 2017-03-10 5288
127 [2017/03/13] 우리말) 인용 머니북 2017-03-13 4808
126 [2017/03/14] 우리말) 사저 머니북 2017-03-14 4889
125 [2017/03/15] 우리말) 꽃보라 머니북 2017-03-15 4294
124 [2017/03/16] 우리말) 나가다와 나아가다 머니북 2017-03-17 5823
123 [2017/03/17] 우리말) 나무 심기 좋은 때 머니북 2017-03-17 5281
122 [2017/03/27] 우리말) 이유와 원인 머니북 2017-03-27 4288
121 [2017/03/29] 우리말) 씨양이질 머니북 2017-03-30 4922
120 [2017/03/31] 우리말) 비탈이 가파라서? 가팔라서? 머니북 2017-04-03 4893
119 [2017/04/03] 우리말) 까다롭다/까탈스럽다 머니북 2017-04-04 5672
118 [2017/04/04] 우리말) 거방지다/걸판지다 머니북 2017-04-05 4949
117 [2017/04/06] 우리말) 후리지아 -> 프리지어 머니북 2017-04-06 4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