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9] 우리말) 넙치와 광어

조회 수 3464 추천 수 87 2009.05.19 11:11:27
횟집에서 회로 드시는 게 광어와 도다리입니다.
도다리는 순 우리말로 쓰면서 광어는 왜 넙치라고 쓰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SBS 뉴스에서 '100여 만원'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100여만 원'이 맞습니다.

요즘은 버스 안에서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네요.
오늘 아침 7시 20분쯤 KBS2에서 '광어'이야기를 했습니다.
7:22에 '광어 못 잡으면 부인에게 쫓겨난다'는 자막을 내 보냈습니다.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광어를 잡지 못하면 도대체 누구에게 쫓겨난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인터뷰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도 자막에는 '아내'로 바꿔서 쓰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여기서 더 짚고 싶은 게 바로 '광어'입니다.
횟집에서 회로 드시는 게 광어와 도다리입니다.
도다리는 순 우리말로 쓰면서 광어는 왜 넙치라고 쓰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오늘 아침에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처럼 '광어 축제'도 많다고 합니다.
이 '광어 축제'를 '넙치 잔치'라고 하면 안 될까요?
사전에 보면 광어는 넙치라고 나와 있고, 축제는 잔치라고 나와 있는데,
왜 '넙치 잔치'는 없고 '광어 축제'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편지에서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를 갈음하여 신문 기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백배 천배 좋은 내용이라고 하면서...
거기서 단위 명사인 '배'를 앞말과 띄어 써 '백 배 천 배'라고 하지 않은 까닭은
'백배'와 '천배'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은 수량이나 정도를 이르는 합성어로 한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가시버시]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7:02에 한 텔레비전에서 '간발의 차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어제 편지에서 소개한 '가리산지리산'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셨네요.
우리말에는 그런 게 많습니다.
미주알고주알, 가시버시, 에구데구, 흥이야항이야, 곤드레만드레, 다짜고짜, 뒤죽박죽, 부랴사랴, 왁다글닥다글 따위가 그런 건데요.
이런 낱말에도 재밌는 게 숨어 있습니다.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만 있고 '고주알'은 없습니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지만,
고주알은 미주알에 가락을 맞추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어찌씨입니다.

'가시버시'도 '가시'만 있고 '버시'는 없습니다.
가시는
아내를 뜻하는 앞가지(접두사)이지만,
버시는 아무 뜻이 없이 가시에 가락을 맞출 뿐입니다.
(남편을 뜻하는 낱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한 낱말입니다.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한편
'가리산지리산'은
'가리산'이 있고 '지리산'도 있습니다.
'왁다글닥다글'도
'왁다글'도 있고 '닥다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짜고짜'는
'다짜'도 없고 '고짜'도 없습니다.
다만 '다짜고짜'만 있을 뿐입니다.

어지럽네요. ^^*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620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1626
2516 [2006/11/10] 우리말) '데' 띄어쓰기 id: moneyplan 2006-11-10 6134
2515 [2012/03/23] 우리말) 곤달걀 머니북 2012-03-23 6110
2514 [2006/10/21] 우리말) 고육지책 id: moneyplan 2006-10-23 6103
2513 [2006/10/13] 우리말) 알타리김치,총각김치,홀아비김치 id: moneyplan 2006-10-14 6072
2512 [2006/11/23] 우리말) 머지않아 연말입니다 id: moneyplan 2006-11-23 6060
2511 [2006/12/11] 우리말) 벼리를 잘 잡아야합니다 id: moneyplan 2006-12-11 6058
2510 [2011/07/13] 우리말) 대머리/민머리/맨머리 머니북 2011-07-13 6049
2509 [2006/12/12] 우리말) 저는 절대 똥기지 않을 겁니다 id: moneyplan 2006-12-12 6025
2508 [2011/05/09] 우리말) 매다와 메다 moneybook 2011-05-09 6014
2507 [2014/10/22] 우리말) 좀이 슬다 머니북 2014-10-23 6013
2506 [2006/12/04] 우리말) 간지럽히다가 아니라 간질이다 id: moneyplan 2006-12-04 6003
2505 [2006/09/04] 우리말) 들이키다와 들이켜다 id: moneyplan 2006-09-04 6001
2504 [2006/11/18] 우리말) 구좌가 아니라 계좌/통장 id: moneyplan 2006-11-20 5994
2503 [2017/06/16] 우리말) 기억과 생각의 차이 머니북 2017-06-19 5986
2502 [2012/10/04] 우리말) 밀리는 길과 막히는 길 머니북 2012-10-04 5975
2501 [2006/09/07] 우리말) 일본 왕실의 왕자 탄생을 축하합니다 id: moneyplan 2006-09-08 5972
2500 [2007/10/09] 우리말) 어린것이 깜찍스럽다는 뜻의 낱말은? id: moneyplan 2007-10-09 5967
2499 [2013/02/18] 우리말) 간지나다 머니북 2013-02-18 5966
2498 [2011/11/04] 우리말) 치근거리다와 추근거리다 머니북 2011-11-04 5956
2497 [2008/01/29] 우리말) 부치다와 붙이다 id: moneyplan 2008-01-29 5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