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1] 우리말) 납골당 >> 봉안당

조회 수 6200 추천 수 101 2006.09.11 10:01:27
안녕하세요.

아직도 손이 떨리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고향에 가서 벌초하고 왔거든요.
저 혼자 해야 하는 14봉 중에 8봉만 하고 왔습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하려고...너무 힘들어서...
빨리 한 곳으로 모셔야 하는데...

1년 전입니다.
2005년 5월 말,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라는 곳에서,
"유골을 모셔 두는 곳"을
'납골당'이라고 하지 말고 '봉안당'이라고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납골당(納骨堂, のうこつどう[노우고츠도우])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거든요.

산업자원부에서 권하는 봉안당은?
실은 이 봉안도 奉安(ほう-あん, [보우앙])이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제 생각에 산업자원부에서 납골당 대신 봉안당을 권하는 까닭은,
납골은 "'뼈를 거두어들인다"는 뜻이지만,
봉안은 받들 봉(奉) 자와 편안할 안(安) 자를 써서,
"신성한 어떤 존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다"는 뜻이 있으므로,

고인을 공경하고 모신다는 뜻으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둘 다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국가기관, 그것도 대한민국 표준을 만드는 기관에서
'납골당'을 순화한답시고 '봉안당'이라고 만들었습니다.
이왕 다듬을 것, 다듬을 때 정성을 더 들여 순우리말로 다듬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민 세금으로 그런 일 하는 거 아닌가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납골이나 봉안 모두 아직 다듬지 않았지만,
곧 다듬을 겁니다. 그렇죠? 믿어도 되죠?

저희 어머니 소원이,
"나 죽기 전에 납골당에 조상님을 모시는 것"인데,
언제 기회를 봐서, 아니 병원에서 정신 좀 차리시면,
'납골당'과 '봉안당', 그리고 우리말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드려야겠네요. ^^*

우리말123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주위가 산만하다]

어제는 회사 건물 개관식 후 동료와 곡차를 한 잔 했습니다.
술 먹고 늦게 집에 들어가면 혼날 것 같아서,
아예 오늘 일찍 새벽에 들어갔죠. ^^*

그 정신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분당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입에서 술 냄새는 나지, 정신은 멍하지...
운전을 하면서도 주의가 산만해서 혼났습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일 잘 마치고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

이렇게  
한곳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것을,
‘주위가 산만하다’라고 하는데요.
그건 틀린 겁니다.
‘주위’가 아니라 ‘주의(注意)’입니다.
‘주의가 산만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다 아시겠지만,
‘주의’는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 정신을 기울인다는 뜻이고,
‘산만’은 흩어진다는 뜻이죠.

저는 오후에도 주의가 산만해 일을 제대로 할지 모르겠습니다.
昨醉未醒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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