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8] 우리말) 용서하고 풀치고...

조회 수 4858 추천 수 79 2006.12.28 11:26:09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는 MBC가 저를 실망시키네요.
6:59분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많이 춥다."라고 말했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많이'를 쓰면 안 되고
'몹시'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아마도 날씨가 너무 추워 앵커의 입이 덜 풀렸었나 봅니다. ^^*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이제 올해가 가려면 나흘 남았네요.
딱히 해 놓은 게 없다 보니 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올 한 해,
저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셨거나 힘드셨던 분도 계실 것이고,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분도 계실 겁니다.

혹시라도 저 때문에 속상하셨다면 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마도 모르긴 몰라가 제가 제 욕심을 차리려고 남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런저런 제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라는 뜻으로,
용서하다는 뜻의 순 우리말을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풀치다'입니다.
"맺혔던 생각을 돌려 너그럽게 용서하다."는 뜻의 낱말입니다.
풀쳐 생각하다/할아버지께선 아이들의 장난을 풀치셨다처럼 씁니다.

올 한 해 저 때문에 힘드셨다면,
쌓아두지 마시고 풀치고 넘어가십시오.
저 또한 풀치지 못한 게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다 풀치겠습니다.

특히 기자님들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용서를 구합니다.
혹시라도 맺힌 게 있다면 다 풀치고 넘어가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복지리 >> 복맑은탕/복싱건탕]

어제는 두 탕을 뛰었습니다.
과 송년회에서는 돼지고기로 속을 좀 채운 뒤,
친구들 모임은 복집으로...

오늘은 복집 이야깁니다.
대부분의 복집에서 두 가지 국을 팝니다.
하나는 매운탕이고 다른 하나는 지리...

‘매운탕’은 보나마나,
복에 채소, 두부 따위와 갖은 양념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 찌개일 것이고,
‘지리’는?
고추장을 풀지 않고 맑은 장국에 복을 넣고 끓인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지리’는 일본어 ちり입니다. 하루빨리 없애야할 일본말 찌꺼기죠.

이 ‘지리’를 대신할 우리말로,
어떤 책은 ‘백숙’을 추천합니다.
양념하지 않은 채로, 곧, 고기 색이 하얀 채로 익혔다는 뜻이겠죠.
여기에 따르면 ‘복지리’ ‘복백숙’이 되겠네요.
어쩐지 좀 어색하죠?

한글학회는,
‘지리’는 매운탕과 상대되는 것이므로
‘맑은탕’이나 ‘싱건탕’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합니다.
‘복지리’는 ‘복맑은탕’이나 ‘복싱건탕’이 되는거죠.

지금은 좀 어색하지만,
‘닭도리탕’이 ‘닭볶음탕’으로 고쳐졌듯이,
‘복지리’도 곧 ‘복맑은탕’이나 ‘복싱건탕’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어제 복을 먹어서 그런지
오늘은 속이 좀 편하네요.


보태기)

편지를 읽으시면서,

‘어제는 두 탕을 뛰었습니다.’에서 좀 걸리지 않으셨나요?




‘탕’은 속어가 아닙니다.

사전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1.무엇을 실어 나르거나 일정한 곳까지 다녀오는 횟수를 세는 단위.

원주에서 서울까지 하루 두 탕 왕복했다./쓰레기를 세 탕이나 실어 날랐다처럼 씁니다.




2. 어떤 일을 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두 탕이나 뛰다처럼 씁니다.




‘탕’은 속어나 사투리가 아닙니다.

좋은 우리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01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579
2576 [2017/05/02] 우리말) 순식간 머니북 2017-05-06 3666
2575 [2017/05/01] 우리말) 허점과 헛점 머니북 2017-05-06 3784
2574 [2017/04/28] 우리말) 아슬아슬 머니북 2017-04-29 3530
2573 [2017/04/27] 우리말) 게정/어기대다 머니북 2017-04-27 4334
2572 [2017/04/24] 우리말) 국어를 잘 배우자 머니북 2017-04-24 3519
2571 [2017/04/21] 우리말) 맑순 주세요 머니북 2017-04-22 3590
2570 [2017/04/20] 우리말) 리터 단위 머니북 2017-04-21 3400
2569 [2017/04/19] 우리말) 젬뱅이와 손방 머니북 2017-04-21 3906
2568 [2017/04/18] 우리말) 엿먹다 머니북 2017-04-18 3418
2567 [2017/04/17] 우리말) 달물결 머니북 2017-04-18 3548
2566 [2017/04/13] 우리말) 사전 이야기 머니북 2017-04-13 3436
2565 [2017/04/13] 우리말) 데구루루 머니북 2017-04-13 3864
2564 [2017/04/12] 우리말) 나와바리 머니북 2017-04-12 3442
2563 [2017/04/11] 우리말) '그것참'인데, '그거참 머니북 2017-04-11 3769
2562 [2017/04/10] 우리말) 우리글 교양을 높이기 위한 시민강좌 머니북 2017-04-11 3467
2561 [2017/04/07] 우리말) 만발 -> 활짝 머니북 2017-04-10 3802
2560 [2017/04/06] 우리말) 후리지아 -> 프리지어 머니북 2017-04-06 3197
2559 [2017/04/04] 우리말) 거방지다/걸판지다 머니북 2017-04-05 3404
2558 [2017/04/03] 우리말) 까다롭다/까탈스럽다 머니북 2017-04-04 3412
2557 [2017/03/31] 우리말) 비탈이 가파라서? 가팔라서? 머니북 2017-04-03 3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