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7] 우리말) 깜빡과 깜박

조회 수 5039 추천 수 106 2007.05.07 10:17:23
저는 까마귀 고기를 먹고 '깜빡'했다고 했는데,
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제 딸은 아빠가 까마귀 고기를 먹고 '깜박'했다고 하네요.
저는 이런 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역시 내 딸이야. 깜빡과 깜박이 같은 뜻인 것을 이미 알고 다양한 낱말을 쓰고자 깜빡이라 안 하고 깜박이라 하는군.'
  

"아빠,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했잖아요!"
"아 참, 아빠가 며칠 전에 까마귀 고기를 먹었더니 깜빡했네. 미안하다. 지금 사러 가자!.
"아빠가 고기 드시고 깜박했다고?"
"응, 아빠가 까마귀 고기 먹고 깜빡했어'"
"아빠, 까마귀 고기 먹으면 깜박해?"
"그럼 ^^*"

어제 딸내미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차에서 동생과 다투기에, 시장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꾀어서 조용하게 만들었거든요.

저는 까마귀 고기를 먹고 '깜빡'했다고 했는데,
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제 딸은 아빠가 까마귀 고기를 먹고 '깜박'했다고 하네요.
저는 이런 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역시 내 딸이야. 깜빡과 깜박이 같은 뜻인 것을 이미 알고 다양한 낱말을 쓰고자 깜빡이라 안 하고 깜박이라 하는군.'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가 아직 어려(겨우 42개월) 소리를 똑바로 내지 못하는 구나...'

너무 팔불출인가요?
'깜빡'은
1. 불빛이나 별빛 따위가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모양. 또는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모양.
2. 눈이 잠깐 감겼다 뜨이는 모양
3. 기억이나 의식 따위가 잠깐 흐려지는 모양
을 뜻합니다.

'깜빡'과 뜻은 같지만 '깜박'보다 좀 센 느낌이죠.

모음조화에 따라
껌뻑, 껌벅이라 해도 되고,
'끔벅'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다 같은 뜻입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설레이다 -->> 설레다]

어젯밤에 자료를 좀 찾을 일이 있어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그 누리집에 제 눈을 의심할 문구가 있더군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누리집에는
학과소개, 교육과정, 사람들, 자료실 따위의 꼭지가 있는데,
그 중, '사람들'에 들어가 보면,
'스무 살의 설레이는 순간에서부터, 학사모를 쓴 졸업식장에서의 너와 나......'
라는 글이 흘러나옵니다.

http://plaza.snu.ac.kr/~ed705/ed705/people/f-people.html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설레이는'이 아니라 '설레는'이 맞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는 뜻의 낱말은,
'설레다'가 맞습니다. '설레이다'가 아닙니다.

백 보, 천 보 양보해서,
시에서 '설레이다'를 썼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을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맞춤법에 따르면 '설레다'가 맞고,
이 명사형은 '설레임'이 아니라 '설렘'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헤매이다'가 아니라 '헤매다'이고,
'목메이다'가 아니라 '목메다'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학부라는 서울대학교.
그것도 나중에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학생이 다니는 사범대학,
그 많은 과 중 국어교육과...

국어교육과의 누리집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엉터리 맞춤법 '설레이는'...

설마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틀리지는 않았겠죠?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겠죠?
지방대 농대 졸업한 제가 뭘 알겠어요...... 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103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6618
2116 [2009/11/13] 우리말) 레바가 아니라 손잡이 id: moneyplan 2009-11-13 4109
2115 [2012/10/29] 우리말) 가마리 머니북 2012-10-29 4110
2114 [2010/08/17] 우리말) 흙감태기 moneybook 2010-08-17 4112
2113 [2012/02/03] 우리말) 춤 머니북 2012-02-03 4112
2112 [2015/05/07] 우리말) 갈음/가름/가늠 머니북 2015-05-07 4112
2111 [2010/04/23] 우리말) 종자의 소중함과 라일락 꽃 id: moneyplan 2010-04-23 4114
2110 [2009/10/07] 우리말) 알맹이와 알갱이 id: moneyplan 2009-10-07 4115
2109 [2013/09/25]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3-09-25 4115
2108 [2010/11/12] 우리말) 내로라하다 moneybook 2010-11-13 4116
2107 [2014/03/07] 우리말) 샘 머니북 2014-03-07 4117
2106 [2014/10/31] 우리말) 큰물/시위/물마 머니북 2014-10-31 4118
2105 [2013/01/18] 우리말) 해 질 녁 머니북 2013-01-18 4120
2104 [2015/09/11] 우리말) 빌다와 빌리다 머니북 2015-09-11 4121
2103 [2015/10/22] 우리말) 웃옷과 윗옷 머니북 2015-10-23 4121
2102 [2015/11/04] 우리말) 벗바리 머니북 2015-11-05 4121
2101 [2009/07/30] 우리말) 엉이야벙이야 id: moneyplan 2009-07-30 4124
2100 [2015/09/21] 우리말) 물나팔과 물방귀 머니북 2015-09-21 4124
2099 [2012/04/03] 우리말) 꽃샘잎샘 머니북 2012-04-03 4125
2098 [2014/09/16] 우리말) 매다와 메다 머니북 2014-09-16 4125
2097 [2010/12/15] 우리말) 올겨울과 이번 겨울 moneybook 2010-12-15 4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