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12] 우리말) 산통을 깨다

조회 수 5209 추천 수 71 2007.06.12 09:40:02
따라서 산통점을 칠 때는 당연히 산가지와 산통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산가지를 넣는 산통을 깨 버린다면 점을 칠 수 없겠죠.
바로 여기서 온 말이 산통을 깨다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틀어 버린다는 뜻이죠.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의 답은 '스리'입니다.
cres???, isb4???, mddm??? 세 분께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목을 좀 축이고자
가까이 계신 분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서로 시간을 맞춰 예닐곱 명이 화요일 저녁에 모이기로 했는데
서울에 계시는 이 아무개 님이 화요일에 약속이 있다고 뒤늦게 산통을 깨는 바람에......
자기가 그날 모이자고 해놓고는......쩝...... ^^*

흔히
다 잘되어 가던 일이 무슨 일로 갑자기 이루지 못하게 뒤틀리는 것을 보고,
'산통 깨다'라고 합니다.

이 말은 점을 치는 데서 온 말입니다.
옛날에 점을 칠 때
대나무를 한 뼘쯤 되는 길이로 잘라 그 안에 점괘를 적어 두고 이것을 산가지 또는 산대라고 했습니다.
점을 칠 때 이 산가지를 산통이라고 하는 통에 넣고,
산통을 대여섯 번 흔든 다음 산통을 거꾸로 들어 구멍으로 나온 산가지를 뽑거나,
사람이 하나를 골라냈습니다.
그 산가지에 있는 점괘를 보고 점을 치는 것을 산통점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산통점을 칠 때는 당연히 산가지와 산통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산가지를 넣는 산통을 깨 버린다면 점을 칠 수 없겠죠.
바로 여기서 온 말이 산통을 깨다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틀어 버린다는 뜻이죠.

서울에 계시는 이 아무개 님!
산통 깬 죄(?)를 어찌 감당하시려고...^^*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승부욕/승리욕]

내일이죠? 우리나라와 토고가 월드컵 첫 경기를 하는 날이...
우리 편이 이기길 빌면서 오늘 편지를 씁니다.

우리 선수들이 토고를 꼭 이기겠다는 '승부욕'이 강해,
이번 경기는 별 탈 없이 이길 텐데, 가능하면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운동 경기에서 상대방을 꼭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을 흔히 '승부욕'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틀린 말입니다.

욕심 욕(慾) 자가 들어간 낱말은,
권력욕, 명예욕, 출세욕, 소유욕 따위가 있는데,
이는 모두 '욕'앞에 나오는 것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의 뜻으로 쓰입니다.
권력용은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이고,
명예욕은 명예를 얻으려는 욕심이죠.

이렇게 보면,
승부욕은 말이 안 되는 게 금방 보입니다.
승부는,
이길 승(勝) 자와 질 부(負) 자를 써서,
'이김과 짐'을 뜻하고,
그 뒤에 욕심을 뜻하는 '욕'자를 붙이면,
'이기고 지려는 욕심'이라는 뜻이 되는데, 당최 말이 안 되잖아요.
'승부욕'이 이기려는 욕심일까요, 지려는 욕심일까요?

'승부욕'은 없습니다.
그런 낱말은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이기려는 욕심이나 그러한 강한 의지를 뜻하려면 '승리욕(勝利慾)'으로 해야 합니다.
승리하고자 하는 욕심, 곧,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죠.
그러나 실은 '승리욕'도 국립국어원 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은 단업니다.

'승부욕이 강해'는,
'꼭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해'로 바꾸면 어떨까요?

내일,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꼭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로 토고 국가대표 선수를 꺾길 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268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8407
1796 [2017/03/13] 우리말) 인용 머니북 2017-03-13 4762
1795 [2016/12/08] 우리말) 스리/쓰리 머니북 2016-12-12 4764
1794 [2015/10/20] 우리말) 희색만면하다 머니북 2015-10-20 4766
1793 [2008/12/22] 우리말) 마음고름 id: moneyplan 2008-12-22 4767
1792 [2015/08/12] 우리말) 책 소개 머니북 2015-08-12 4767
1791 [2008/07/17] 우리말) 압화와 누름꽃 id: moneyplan 2008-07-17 4769
1790 [2013/11/21] 우리말) 싫증과 실증 머니북 2013-11-21 4769
1789 [2013/07/23] 우리말) 자동차와 개미지옥 머니북 2013-07-23 4769
1788 [2015/07/27] 우리말) 억장이 무너지다 머니북 2015-07-28 4770
1787 [2008/12/20] 우리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와 사진을 찍어주셔야 합니다. ^^* id: moneyplan 2008-12-22 4771
1786 [2016/01/11] 우리말) 굼적/꿈적/꿈쩍 머니북 2016-01-11 4771
1785 [2007/04/27] 우리말) 새벽에 일어나셨나요? id: moneyplan 2007-04-27 4772
1784 [2014/12/02] 우리말) 추켜세우다/치켜세우다 머니북 2014-12-02 4772
1783 [2014/02/14] 우리말) 밸런타인데이 머니북 2014-02-17 4773
1782 [2012/08/02] 우리말) 올림픽 선수 이름 쓰기 머니북 2012-08-02 4775
1781 [2012/11/30] 우리말) 고운때 머니북 2012-11-30 4777
1780 [2007/07/05] 우리말) 잔불과 뒷불 id: moneyplan 2007-07-05 4778
1779 [2017/07/03] 우리말) 태풍 난마돌 머니북 2017-07-04 4778
1778 [2007/09/19] 우리말) 포도와 클러스터 id: moneyplan 2007-09-19 4783
1777 [2007/10/22] 우리말) 포장도로와 흙길 id: moneyplan 2007-10-22 4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