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5] 우리말) 여덟 시 삼 분

조회 수 4338 추천 수 92 2007.10.25 10:05:11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시는 것처럼 저는 술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있습니다. 가끔 기억을 못 할 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분명히 최 기자님과 술 마신 기억은 있는데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쩝......

저는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우리말 편지 밥상을 차리나...'라는 고민을 합니다.
오늘도 고민하면서 이 방에 들어왔는데, 다행히 제 딸내미가 그것을 풀어주네요.
실은 지금 목포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떨어져 있는 딸내미가 보고 싶네요. ^^*

딸 아이는 제 일터 어린이집에 다니느라 아침에 집에서 같이 나섭니다.
어제 아침에 차 속에서 시계를 가리키며,
"지금 몇 시야?"라고 물었습니다.
딸내미가
"팔 시 삼 분"이라고 말하데요.

"음. 점 앞에는 시이고 뒤는 분인데 앞에는 하나, 둘처럼 읽고, 뒤에는 일, 이, 삼으로 읽는단다.
그래서 지금(8:3)은 여덟 시 삼 분[여덜시 삼분]이라고 읽어야 한단다."
"왜 그렇게 읽어야 해요? 팔 시 삼 분이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읽을 때는 그렇게 읽는단다."
"아빠 그럼 팔 시 세 분이라고 해도 안돼?"
"팔 시 세 분? 아, 여덟 시 삼 분을 그렇게 읽으면 안 되냐고? 안 되지..."
"왜 안되는데요?"
"음... 그건 말이다.... 아빠가 공부해서 나중에 알려줄게. 신호등 바꿨다. 빨리 가자."

아침부터 진땀 뺐었습니다. ^^*

우리말에서 수를 쓰거나 읽는 방법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경향과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
일, 시를 나타내는 경우 '시'나 '시간' 앞에서는 고유어계(하나, 둘, 셋...)로 읽지만
'월', '일'이나 '분', '초' 앞에서는 한자어계(일, 이, 삼...)로만 읽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한 지점에서 길이 네 방 향으로 갈라져 나간 곳"을 '사거리'라고도 하고 '네거리'라고도 합니다.
둘 다 표준말입니다.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지 "꼬리가 구 개 달린 여우"라고는 안 합니다.

어떤 때는 하나, 둘... 하고,
어디까지 일, 이...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거리보다 네거리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670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2108
1676 [2017/08/07] 우리말) 블라인드 채용 머니북 2017-08-07 4121
1675 [2009/02/24] 우리말) 먼지잼 id: moneyplan 2009-02-24 4122
1674 [2009/03/12] 우리말) 시쁘다와 시뻐하다 id: moneyplan 2009-03-12 4122
1673 [2010/12/21] 우리말) 관용구 moneybook 2010-12-21 4122
1672 [2011/02/22] 우리말) 개화와 꽃 핌 moneybook 2011-02-22 4122
1671 [2015/04/02] 우리말) 누도와 눈물길 머니북 2015-04-02 4122
1670 [2017/05/19] 우리말) 업 머니북 2017-05-19 4122
1669 [2008/02/14] 우리말) 꼴등과 꽃등 id: moneyplan 2008-02-14 4123
1668 [2012/12/17] 우리말) 허우룩하다 머니북 2012-12-17 4123
1667 [2014/03/12] 우리말) 남의나이 머니북 2014-03-12 4123
1666 [2007/06/07] 우리말) 함박꽃 id: moneyplan 2007-06-07 4124
1665 [2015/08/12] 우리말) 책 소개 머니북 2015-08-12 4124
1664 [2010/07/19] 우리말)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moneybook 2010-07-19 4125
1663 [2008/01/11] 우리말) ‘감옥’과 ‘죄수’에 대하여 id: moneyplan 2008-01-11 4126
1662 [2013/06/11] 우리말) 압존법 머니북 2013-06-11 4126
1661 [2014/11/07] 우리말) 드레스 코드 머니북 2014-11-07 4126
1660 [2017/07/03] 우리말) 태풍 난마돌 머니북 2017-07-04 4126
1659 [2009/11/20] 우리말) 두루마리 id: moneyplan 2009-11-20 4127
1658 [2013/01/23] 우리말) 백조와 고니 머니북 2013-01-23 4127
1657 [2013/03/29] 우리말) 셋째 태어나고 아내에게 쓴 편지 머니북 2013-03-29 4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