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31] 우리말) 가시버시

조회 수 3749 추천 수 122 2007.10.31 09:03:14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7:02에 한 텔레비전에서 '간발의 차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어제 편지에서 소개한 '가리산지리산'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셨네요.
우리말에는 그런 게 많습니다.
미주알고주알, 가시버시,  에구데구, 흥이야힝이야, 곤드레만드레, 다짜고짜, 뒤죽박죽, 부랴서랴, 왁다글닥다글 따위가 그런 건데요.
이런 낱말에도 재밌는 게 숨어 있습니다.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만 있고 '고주알'은 없습니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지만,
고주알은 미주알에 가락을 맞추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어찌씨입니다.

'가시버시'도 '가시'만 있고 '버시'는 없습니다.
가시는
아내를 뜻하는 앞가지(접두사)이지만,
버시는 아무 뜻이 없이 가시에 가락을 맞출 뿐입니다.
(남편을 뜻하는 낱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한 낱말입니다.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한편
'가리산지리산'은
'가리산'이 있고 '지리산'도 있습니다.
'왁다글닥다글'도
'왁다글'도 있고 '닥다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짜고짜'는
'다짜'도 없고 '고짜'도 없습니다.
다만 '다짜고짜'만 있을 뿐입니다.

어지럽네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왠/웬]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아요?
제 기분이 좋다는 게 아니라,
글을 풀기 위해서 그냥 써 본 겁니다.
‘왠지’의 ‘왠’과 ‘웬’의 차이점을 설명 드리고자...

문법적으로 따지면,
‘왜 그런지’ 라는 이유의 뜻일 때는 ‘왠’
‘어떠한’의 뜻일 때는 ‘웬’ 으로 써야하는데요.

그딴 거(‘그런 거’가 표준어임) 다 잊어버리시고,
‘왠지’만 ‘왠’을 쓰시고,
다른 모든 것은, ‘웬’을 쓰시면 됩니다.

개그맨 서세원 씨가 가끔 쓰는,
“왠~~지~~, 오늘은...” 이런 경우면 ‘왠’이고,
다른 경우,
“웬 인간들이 이리 많아?”
“웬 놈의 일이 이리 많은지...쩝...”
따위는 모두 ‘웬’을 씁니다.

쉽죠?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아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702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2410
2316 [2009/12/14] 우리말) 우리말 편지 댓글입니다 id: moneyplan 2009-12-14 3707
2315 [2013/01/10] 우리말) 편지를 읽고... 머니북 2013-01-10 3707
2314 [2015/12/16] 우리말) 손이 시리다 머니북 2015-12-16 3707
2313 [2009/07/22] 우리말) 한가하다와 느긋하다 id: moneyplan 2009-07-22 3708
2312 [2010/08/19] 우리말) 민얼굴과 맨얼굴 moneybook 2010-08-19 3708
2311 [2009/04/14] 우리말) 어정잡이 id: moneyplan 2009-04-14 3709
2310 [2010/02/11] 우리말) 고랑과 두둑 id: moneyplan 2010-02-11 3709
2309 [2011/02/23] 우리말) 댓글 몇 개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moneybook 2011-02-23 3709
2308 [2014/12/02] 우리말) 추켜세우다/치켜세우다 머니북 2014-12-02 3709
2307 [2009/01/21] 우리말) 뚱딴지 id: moneyplan 2009-01-21 3710
2306 [2009/06/12] 우리말) 처신과 채신 id: moneyplan 2009-06-12 3710
2305 [2009/07/20]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7-20 3710
2304 [2015/02/11] 우리말) 모밀국수와 메일국수 머니북 2015-02-11 3710
2303 [2016/01/12] 우리말) 병충해/병해충 머니북 2016-01-13 3711
2302 [2016/12/07] 우리말) 중앙일보 만평에 나온 낱말 머니북 2016-12-07 3711
2301 [2007/11/19] 우리말) 보람 id: moneyplan 2007-11-19 3712
2300 [2014/05/29] 우리말) 연필깎기 머니북 2014-05-29 3712
2299 [2009/03/05] 우리말) 임과 님 id: moneyplan 2009-03-05 3713
2298 [2010/01/28] 우리말) 빈손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일 id: moneyplan 2010-01-28 3713
2297 [2011/02/14] 우리말) 님 moneybook 2011-02-14 3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