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3] 우리말) 빗밑이 재다

조회 수 3997 추천 수 73 2007.11.23 09:11:13
'빗밑'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비가 그치어 날이 개는 속도"를 뜻합니다.
빗밑이 재다처럼 쓰죠.


안녕하세요.

소설 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는데,
오늘은 소설이 빚을 내지 않았나 봅니다. ^^*
추위가 한풀 꺾인 것 같죠?
오늘 비가 오는 곳도 많지만 다음 주 중반까지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비거스렁이'라는 낱말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비가 갠 끝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빗밑'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비가 그치어 날이 개는 속도"를 뜻합니다.
빗밑이 재다처럼 쓰죠.
'재다'가 "동작이 재빠르다."는 그림씨(형용사)니까,
빗밑이 재다고 하면 비가 그치어 날이 개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 됩니다.
이럴 때 '빗밑이 가볍다'고도 합니다.
"오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개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죠.

반대는 '빗밑이 무겁다'고 합니다.
'무겁다'에 "동작이 느리고 둔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빗밑이 무겁다고 하면,
오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개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 됩니다.

오던 비가 개면서부터 아주 멎을 때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나타낼 수도 있는 우리말이 참 멋지지 않나요?

'빗밑'과 비슷한 낱말이 '비끝'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비끝'이 없지만,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빗밑'과 같은 뜻의 낱말로 '비끝'을 올렸습니다.

저는 내일 새벽에 고향에 갑니다. 시제를 모셔야 하거든요.
오늘 저녁에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을 일찍 끝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
내일 아침 일찍 가기로 했습니다.

그나저나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야 할텐데...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반나절은 몇 시간?]

식목일인 어제 큰불이 났습니다.
왜 매년 식목일마다 큰불이 나는지...
식목일을 연목일(燃木日)로 불러야 할 판입니다. 쩝...

어제 난 그 산불로 양양에 있는 낙산사가 불탔는데요.
제가 그곳으로 신혼여행을 갔던 터라.......
가슴이 더 에이네요.

그 낙산사가 불탄 소식을 방송에서 전하면서,
“...때문에 반나절 만에 전소됐습니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반나절...
한나절도 아닌 반나절...
도대체 반나절이 몇 시간이기에 반나절 만에 불탔다고 저리 호들갑일까?
분명 짧은 시간에 다 탔음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반나절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한나절을 알아야 합니다.
한나절은 “하루 낮의 반(半)”입니다.
따라서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 낮(12시간)의 반인 6시간이죠.

그 한나절의 반이 반나절이므로
시간으로 따지면,
6시간의 반인 3시간이라는 말이죠.

따라서,
3시간 만에 절이 다 타버렸다는 의미가 됩니다.
실제 몇 시간 동안 탔는지는 모르지만,
짧은 시간에 천년고찰이 다 탔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방송에서 나온 말을 칭찬하네요.

그렇지만 틀린 것도 있습니다.
“...때문에 반나절 만에 전소됐습니다.”에서,
‘전소됐습니다’보다는 ‘전소했습니다’가 더 낫습니다.
명사에 ‘하다’가 붙어서 자동사가 되는 말은 ‘되다’를 붙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 이런 명사에 ‘되다’를 붙여 쓸 때가 많은데
이는 영어의 번역문이 일반화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오후에는 비가 좀 온다는데,
많이 좀 와서 강원도 불을 끄고,
전국적인 건조주의보도 해제하면 좋겠네요.

지금 오는 비가 저 같은 농사꾼에게는 별로지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보태기)
한나절의 반인 반나절과 같은 뜻의 낱말로 ‘한켯’도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014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682
2016 [2007/05/09] 우리말) 천벌 받을... id: moneyplan 2007-05-09 4078
2015 [2012/02/15] 우리말) 노름마치 머니북 2012-02-15 4072
2014 [2014/02/21] 우리말) 텃새/텃세 머니북 2014-02-21 4071
2013 [2016/12/21] 우리말) 첫걸음 머니북 2016-12-23 4069
2012 [2010/12/16] 우리말) 웃옷 moneybook 2010-12-16 4064
2011 [2013/07/25] 우리말) 3.0 읽기 머니북 2013-07-25 4063
2010 [2014/02/20] 우리말) 두문불출 머니북 2014-02-20 4063
2009 [2010/07/14] 우리말) 빠르면 오늘 소환? [1] moneybook 2010-07-14 4062
2008 [2009/02/16] 우리말) 나름대로... id: moneyplan 2009-02-16 4061
2007 [2017/07/05] 우리말) 잔주름 머니북 2017-07-06 4058
2006 [2007/08/16] 우리말) 썩이다와 썩히다 id: moneyplan 2007-08-16 4058
2005 [2007/08/30] 우리말) 알토란 id: moneyplan 2007-08-30 4057
2004 [2012/06/11] 우리말) 집념과 집착 머니북 2012-06-11 4055
2003 [2013/11/19] 우리말) 웬과 왠지 머니북 2013-11-19 4055
2002 [2008/01/10] 우리말) 범털과 개털 id: moneyplan 2008-01-10 4054
2001 [2007/02/09] 우리말) 이르다와 빠르다고 모르는 국정홍보처 id: moneyplan 2007-02-12 4054
2000 [2011/07/20] 우리말) 발자국과 발걸음 머니북 2011-07-20 4053
1999 [2012/10/15] 우리말) 과일주와 과실주 머니북 2012-10-15 4049
1998 [2013/02/06] 우리말) 시가와 싯가 머니북 2013-02-06 4047
1997 [2017/08/09] 우리말) 비빈밥’과 ‘덧밥’ 머니북 2017-08-09 4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