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4] 우리말) 어느와 여느

조회 수 3657 추천 수 91 2008.07.07 09:07:27
'어느'는
'어느 게 좋아요?'처럼 여럿 가운데 무엇인지를 물을 때 쓰거나
'어느 누구도 모른다'처럼 꼭 집어 말하지 않아도 될 때 씁니다.

'여느'는
'여느 여름보다 덥다'처럼 그 밖의 예사로움을 나타낼 때 쓰거나
'여느 때와 다르다'처럼 다른 보통이라는 뜻으로 씁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 11:17, MBC,
주유소에서 기름량을 속여 파는 것을 방송하면서
기름양의 단위를 l(필기체)로 썼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필기체가 아니라 정자로 소문자 엘(l)이나 대문자 엘(L)이 맞다고 그렇게 악을 써도...
11:38에는 '엑기스'라는 자막도 나왔습니다.
방송을 하시는 분들이 '엑기스'가 어떤 낱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으실텐데...
더군다나 진행자 네 분 가운데 두 분이 아나운서였습니다.
우리말을 가장 정확하게 쓴다는 아나운서...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어제는 일터에서 숙직을 섰습니다. 그러다 텔레비전을 본 거고...^^*
집에 들어가지 않으니 애들이 자꾸 전화를 하네요.
여느 때와 달리 아빠가 없으니 허전한가 봅니다.

오늘은 '어느'와 '여느'를 갈라볼게요.
무척 쉬운데 막상 쓸 때는 헷갈립니다.

먼저
'어느'는 특별히 제한되지 않음을 뜻하거나 그 어떤 것이라도 해당함을 나타내는 매김씨(관형사)입니다.
여럿 가운데서 꼭 집어 말할 필요가 없는 막연한 사람이나 사물을 이를 때 쓰죠.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 과일 가운데 어느 것이나 마음대로 가져라, 어느 부모도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는다처럼 씁니다.

'여느'는
특별나지 않고 예사로움을 뜻하거나 특정한 것과 대조되는 보통의 다수와 관련된다는 뜻의 매김씨(관형사)입니다.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여름은 여느 여름보다 더운 것 같다, 지금은 여느 때와 달리 마음이 가볍다처럼 씁니다.

그래도 헷갈리신가요?
다시 갈라볼게요.

'어느'는
'어느 게 좋아요?'처럼 여럿 가운데 무엇인지를 물을 때 쓰거나
'어느 누구도 모른다'처럼 꼭 집어 말하지 않아도 될 때 씁니다.

'여느'는
'여느 여름보다 덥다'처럼 그 밖의 예사로움을 나타낼 때 쓰거나
'여느 때와 다르다'처럼 다른 보통이라는 뜻으로 씁니다.

어제 '여느' 때와 달리 제가 집에 들어가지 않아 애들이 저를 기다린 것이고,
저는 아들과 딸 가운데 '어느' 누구라도 통화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논문 진위 여부 -->> 논문 진위]


설마 했는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결국 그 논문이 조작된거였군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아픈 가슴을 달래고자 다른 이야기나 좀 할게요.


뉴스를 들으니,
서울대 진상조사위원회가 ‘논문 진위’를 조사했다고 하네요.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진위 여부’는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생사(生死), 진위(眞僞), 성패(成敗) 같은 낱말 뒤에는 ‘여부’를 쓰면 안 되는 거죠.
생사, 진위, 성패라는 낱말이,
이미, 살거나 죽거나,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란 뜻을 담고 있는데,
그 뒤에 또 ‘여부’를 써서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라는 뜻을 덧붙일 필요가 없잖아요.
다시 말하면, ‘진위’ 속에 이미 ‘여부’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논문 진위’, 곧, 논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조사한 거죠.


조난자의 생사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조난자의 생사’를 모르는 거고,
연구의 성패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연구의 성패’를 모르는 거죠.


그러나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이 오지 않으면 ‘여부’를 써도 됩니다.
예를 들면,,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 싶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는 논문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것이고,
‘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연구가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에 달렸다는 말이고,
‘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싶다’는 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다는 말이잖아요.


정리하면,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그 낱말 앞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다’는 뜻이 있는, 곧,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이제 이 일을 어떻게 매조지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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