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9] 우리말) 엉터리 말과 자막

조회 수 3622 추천 수 93 2008.07.09 09:17:35
'지루하다'도 본래는 '지리(支離)하다'가 표준어였지만,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지금은 '지루하다'가 표준어입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는 뜻의 낱말은,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도 제가 실수했네요.
소보로빵을 '곰보빵'이라 다듬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얼굴이 얽은 사람에게는 가슴 아픈 말이 될 수 있다고 꼬집어 주시네요.
맞습니다.
비록 제가 '곰보빵'이라 다듬지는 않았지만,
'곰보'가 얼굴이 얽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므로
'곰보빵'이라는 낱말이 어떤 이의 가슴을 후벼 팔 수도 있겠네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제저녁 6:47에 KBS에서 '금슬이 좋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금슬'은 "거문고와 비파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고,
"부부간의 사랑"은 '금실'입니다.
KBS에 있는 자막 내보내는 기계가 더위를 먹었나 봅니다. ^^*

어젯밤 MBC 마감뉴스에서 한 기자가
"지리한 국회 공방..."이라고 했습니다.

'지리하다'는 '지루하다'의 잘못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 제2절 제11항에 보면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 게 있습니다.
그에 따라
깍정이가 아니라 깍쟁이고,
나무래다가 아니라 나무라다이고,
상치가 아니라 상추입니다.

'지루하다'도 본래는 '지리(支離)하다'가 표준어였지만,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지금은 '지루하다'가 표준어입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는 뜻의 낱말은,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저는 텔레비전이 참 고맙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무슨 반찬으로 우리말 편지를 차릴지 고민하는데,
이렇게 텔레비전이 도와주잖아요.
엉터리 자막과 말로...^^*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저는 오늘 서울 코엑스에 갑니다.
왜 가는지는 내일 말씀 드릴게요.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광어 -->> 넙치]

요즘은 포장마차에서 회도 파네요.

회 이야기에 앞서서,
설마, 아직도 ‘곰장어’나 ‘아나고’를 주문하지는 않으시겠죠?
‘곰장어’는 ‘갯장어’나 ‘먹장어’라고 해야 하고,
‘아나고’는 ‘붕장어’라고 해야 합니다.

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횟감으로 가장 흔한 게 ‘광어’와 ‘도다리’겠죠?
도다리는 우리말을 쓰면서 광어는 왜 안 쓰는지...

광어(廣魚)에 맞대는 우리말이 뭔지 아세요?
그게 바로 ‘넙치’입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말을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한 가지만 더 하자면...
‘생선회’를 ‘사시미’라고 하지는 않으시죠?
지금도 가끔 ‘사시미’라는 낱말을 듣긴 하는데요.
이 ‘사시미’는 일본어로 刺身[さしみ]입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찌를 자(刺), 몸 신(身) 자를 써서
칼로 고기의 몸을 찌른다는 뜻입니다.

신선한 생선을 회로 먹는 것은 좋지만,
한자가 좀 거시기하죠?
이런 거시기한 한자를 굳이 쓸 필요가 없고,
더군다나 일본어 ‘사시미’를 쓸 필요도 없겠죠.

오늘은 잔소리가 좀 길었네요.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저는 오늘 서울에 갑니다.



보태기)
편지 내용 중,
‘손님이 술 한잔하려는데 안주가 없을까봐...’에서
‘한잔하려는데’를 ‘한 잔 하려는데’처럼 띄어 쓰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한잔하다’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있는 낱말은 붙여 쓴다고 말씀드렸죠?

‘한잔하다’는
“간단하게 한 차례 술을 마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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