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1] 우리말) 산보, 산책, 걷기, 거닒

조회 수 4084 추천 수 114 2008.07.11 11:31:04
산보나 산책의 뜻이 운동을 하거나 바람을 쐬고자 이리저리 거니는 것이라면,
'거닐기'나 '거닒'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냥 '걷기'라고 해도 좋고요.



안녕하세요.

어제 밀가루와 밀가리의 다른 점을 말씀드렸죠?
밀가루로는 국수를 만들고 밀가리로는 국시를 만든다고 말씀드렸는데,
다른 점이 또 있네요.
밀가루는 봉지에 담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는다네요. ^^*

오늘도 아침부터 찌는 듯이 덥네요.
오늘 낮에는 얼마나 삶아댈지 걱정입니다.
이렇게 더위에 시달린 날에는 저녁 먹고 잠시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산책을 하시든, 산보를 하시든, 그냥 걷거나 거니시든 간에...

어떤 분은 '산보'는 일본에서 온 말이니 되도록 쓰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산책이라고 해야 한다네요.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일본에서 온 낱말은 '일본어투 생활용어> ○로 순화', 또는 <일(원어 표시)>처럼 일본말 뿌리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산보'에는 그러한 정보가 없습니다.
그저 '산보'를 '산책'과 같은 말로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말이라는 확실한 증거나 뿌리를 못 찾았다는 거겠죠.

같은 사전에서 '산책'을 찾아보면,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나와 있고 '산보'와 같은 뜻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제 생각에는, 짧은 제 생각으로는
산보(散步)를 [산:뽀]라 읽는데 이게 일본말 さんぽ[散步, 상뽀]와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에서 웹문서를 검색해 보니
산보 187,560건, 산책 4,068,264건이 나오네요.
어쨌든 우리가 산보보다는 산책을 더 많이 쓰는 게 보입니다. ^^*

북한에서는 '산책로'를 '거님길'이라고 한다네요.
한자를 쓰지 않고 순우리말을 쓰고자 힘쓰는 게 보입니다.
'동의어'라 안 하고 '뜻같은말'이라 하고,
'출입문'이라 안 하고 '나들문'이라 하고,
'합성어'라 안 하고 '합친말'이라 하는 것을 보면 그런 제 생각이 맞나 봅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요.
오늘 드릴 말씀은 지금부터입니다.

산보나 산책의 뜻이 운동을 하거나 바람을 쐬고자 이리저리 거니는 것이라면,
'거닐기'나 '거닒'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냥 '걷기'라고 해도 좋고요.
네이버 웹문서에 보니 거닐기 18,411건, 거닒 455건, 걷기 1,929,975건이 나오네요.

꼭 산책이라고 해야 시원한 느낌이 들고
산보라고 해야 운동이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풀잎 하나 입에 물고 조용히 거닐면 그게 더 시원해 보이지 않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시방/힁허케/납신거리다/새살새살/감치다]

오늘 편지는
어제 어머니와 제가 나눈 대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할게요.

아들 : 잘 다녀오셨어요? 언제쯤 저희 집으로 가실까요?
어머니 : 시방!, 시방 힝허케 가자.
아들 : 예? 그래도... 좀 쉬시고...
어머니 : 납신거리지 말고, 시방 가자. 새살새살하는 원준이도 보고 싶고... 애들이 감쳐 여기에 못 있겠다.
아들 : 예...

어제저녁에
며칠 전에 누나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를 모시러 인천 누나 집에 갔었는데,
저를 보자마자 저와 나눈 대화입니다.

어머니는 시골에서만 70년을 넘게 사신 분이라서,
나름대로 우리말을 많이 알고 계십니다.
짧은 대화지만, 몇 가지 짚어볼게요.

시방 : 時方, ‘지금’과 같은 뜻. 표준말.
힝허케 : ‘힁허케’로 쓰고, [힝:허케]로 발음함. 중도에서 지체하지 아니하고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 표준말.
납신거리다 : 입을 빠르고 경망스럽게 놀려 말하는 모양. 표준말
새살새살 : (아이가) 샐샐 웃으면서 재미있게 자꾸 지껄이는 모양. 표준말
감치다 : 어떤 사람이나 일이 눈앞이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감돌다. 표준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모두 표준말이지만 잘 모르시는 말도 있죠?
쉽게 풀어보면,

아들 : 잘 다녀오셨어요? 언제쯤 저희 집으로 가실까요?
어머니 : 지금!, 어디 들르지 말고 지금 바로 가자.
아들 : 예? 그래도... 좀 쉬시고...
어머니 : 잔소리 말고, 지금 가자. 손자가 옹알거리는 것도 보고 싶고, 애들이 눈에 선하다.
아들 : 예...

다 알아들으시죠??

보태기)
치룽구니 : 어리석어서 쓸모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145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6925
2036 [2008/12/10] 우리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나,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지나? id: moneyplan 2008-12-10 3811
2035 [2008/12/11] 우리말) 밥맛없다와 밥맛 없다 id: moneyplan 2008-12-11 3837
2034 [2008/12/12] 우리말) 거북하다와 보깨다 id: moneyplan 2008-12-12 3870
2033 [2008/12/13] 우리말) 제가 누구냐고요? id: moneyplan 2008-12-13 3434
2032 [2008/12/15] 우리말) 개발과 계발 id: moneyplan 2008-12-15 3904
2031 [2008/12/16] 우리말) 부룩이 뭔지 아세요? id: moneyplan 2008-12-16 3543
2030 [2008/12/17] 우리말) 땅보탬 id: moneyplan 2008-12-17 3681
2029 [2008/12/18]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12-18 3218
2028 [2008/12/19] 우리말) 억장이 무너지다 id: moneyplan 2008-12-19 3919
2027 [2008/12/20] 우리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와 사진을 찍어주셔야 합니다. ^^* id: moneyplan 2008-12-22 3669
2026 [2008/12/22] 우리말) 마음고름 id: moneyplan 2008-12-22 3645
2025 [2008/12/23] 우리말) 호질기의(護疾忌醫) id: moneyplan 2008-12-23 3671
2024 [2008/12/24] 우리말) 내년과 이듬해 id: moneyplan 2008-12-24 3896
2023 [2008/12/26] 우리말) 흥청거리다와 흔전거리다 id: moneyplan 2008-12-26 3836
2022 [2008/12/28] 우리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id: moneyplan 2008-12-29 3378
2021 [2008/12/29] 우리말) 광명역 주차장에... id: moneyplan 2008-12-29 3326
2020 [2008/12/30] 우리말) 보다 빠르게... id: moneyplan 2008-12-30 5037
2019 [2008/12/31] 우리말) 중동무이 id: moneyplan 2008-12-31 3990
2018 [2009/01/02] 우리말) 고드름장아찌 id: moneyplan 2009-01-02 3599
2017 [2009/01/05] 우리말) 올겨울과 이번 겨울 id: moneyplan 2009-01-05 3460